막혔던 길이 어느 날 통행 가능해졌을 때.
‘당분간 쉬어요’라는 푯말을 건 채 무기한 문을 닫은 가게가 어느 날 다시 가게 문을 열었을 때.
오랜만에 들려오는 '가능한 것들'의 기쁨과 힘은 나에게도 전해져, 단숨에 나의 하루를 기분 좋은 하루로 바꾸어 준다.
사람도 그렇다.
사랑하는 친구가, 내 곁의 가족이, 아니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일지라도 힘든 일을 겪고 다시 힘차게 일어서는 모습을 볼 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다.
과연 나는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기뻐해 주고 응원해 주는가?
솔직히,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나를 응원해 주는 방법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그저 해오던 것이라곤, 기분 좋은 마음으로 평안을 유지한 채 오늘 하루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이라는 생각뿐이다.
사실 내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요즘, 전문성을 갖춘다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세련되지 않아도, 갔던 길을 반복해서 가야 해도, 포기하지 않고 지루함도 견디며 가야만 하는 이 지난한 시간들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뒤로도 아닌, 그렇다고 위로도 아닌, 밑으로 또 밑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지 내려가 그 깊이를 헤아리는 것.
그것이 내가 가고 있는 길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깜깜한 바다 위를 비추는 등대의 불빛처럼,
어두운 지하 속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을 주는 메아리가 되기를 소망하며,
그렇게 지상으로 다시 올라와 땅을 딛고 섰을 때, 그 공기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더 깊이, 더 깊이.
그렇게 묵묵히 견뎌 본다.
걸음이 무거워 혹시 돌아가는 길마저도 고되지 않도록 너무 힘을 빼지 말고, 너무 지치지도 말고, 있는 힘만큼 오늘도 나아가본다.
어릴 적 교회에서 들었던 찬양이 내 마음에 맑게 울린다.
사랑의 주님이 날 사랑하시네
내 모습 이대로 받으셨네
사랑의 주님이 날 사랑 하듯이
나도 널 사랑하며 섬기리
이 찬양의 가사가 '이대로도 좋으니 좌절할 것처럼 울지 않아도 돼'라는 응원으로 들려온다.
정말로 지친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나를 다시 세우는 힘이 되어 준다.
힘이 생겼으니,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