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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보 앞으로

모든,다음 날들에게

by 숲속의조르바



키아누 리브스와 리버 피닉스가 주연한 영화 아이다호가 티비에 잠깐 스치는 장면을 보고 아이다호에서 찍었던 사진을 찾아보았다. 미국의 아이다호주는 유명한 것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정말 그래서인지 아이다호에서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더 정확히는 꼭 보고싶었던 옐로스톤국립공원으로 가는 경로에 있었기에 지났을 뿐인 탓이다. 그저 스쳐 지나는 곳이다.


뉴욕과 LA 같은 큰 도시나 기타 다른 주들이 대충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보다 두배나 크고, 미국 본토 48개 주중 14번째로 나름 상위권의 크기를 가진 아이다호주가 정확히 어디쯤 있는지 아는 사람은 꽤 드물 것이라 예상한다.


달력을 보다가 이처럼 존재감 없이,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나치는 날들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달력 속에는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개인적인 날들 외에도, 공식적으로 정해진 무슨 무슨 날들과 더불어 함께 손꼽아 기다리는 날들이 많이 있다.


일출을 보며 한해의 소원을 빌기 위해 1월 1일을 기다리고, 짝사랑에 빠진 사람은 밸런타인데이를 빌어 고백하기 위해 2월 14일을 기다리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선물을 얻기 위해 5월 5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애나 어른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이 외에 이런저런 공식적인 날들이 달력에 빼곡하고 화이트테이, 삼겹살데이, 로즈데이, 빼빼로데이, 짜장면을 먹는다는 블랙데이까지 무슨무슨 데이들이 수도 없이 넘쳐난다.


고작 하루 차이로 1월 2일 양양 남애의 아침 해변은 텅 비어있었다. 1월 2일뿐만 아니라 2월 15일, 3월 15일, 5월 6일, 11월 12일 그리고 12월 26일은 사람들에게 참 서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이 되지 못한 날들이다. 주인공 뒤에 가려져 더 초라해진 날이다.



언젠가 어떤 날을 지정하게 되면 비어있는 날 중에 고를 테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누가 뭐래도 당당히 달력의 한 칸, 휴대폰의 첫 화면에서 온전히 같은 24시간의 지위를 누릴 수 있으니, 꿀릴 것 없이, 최대한 은밀하고 느긋하게 하루를 누리라고 해주고 싶다.



오랜만에 드렁큰타이거의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보 앞으로] 를 들어야겠다.





#소외된것이아니고특별한것

#소외된방향으로냅다뛰면내가1등

#뒤돌아냅다뛰어도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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