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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힘

다시 함께 동굴속으로

by 숲속의조르바


어쩌다보니 몇 해째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끔 캠핑장에 나를 보러 놀러 오는 친구는 캠핑하는 사람들을 보며 도무지 이해 못 하는 눈치다.


불편한 잠자리에, 수많은 짐을 싸야 하고 또다시 정리를 해야 하는 엄청난 수고를 당연히 이해 못 하는 것을 충분히 공감한다.


그에게 캠핑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야외 취침과 같다.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벌칙에 가까운 것이다. 심지어 돈까지 내가며 말이다.


캠핑장 사장의 입장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왜 캠핑을 좋아하고, 그 번거로운 것을 왜 할까 생각해 봤다.


이유는 인간의 DNA 때문이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아주아주 먼 옛날 인간은 동굴이나 바위 틈 아래 등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가족 단위 혹은 부족으로 생존하며 살았다. 그들은 사냥한 짐승을 함께 불에 구워 먹고, 추위를 달래기 위해 모닥불을 피웠다.


캠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동굴에 모여 살던 원시시대의 조상이 연상된다. 이 DNA가 발현하여 캠핑이 아직도 유효한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텐트 안은 마치 작은 동굴 같다. 그 나일론 동굴 앞에 불을 지펴 고기를 구워 먹고 옹기종기 모여 온기를 쬔다. 밤이 되면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가 서로의 온기를 맞대고 잠을 잔다.


얼마 전이 설 명절이었다. 먹잇감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던 일부가 떠났던 동굴로 잠시 돌아와서 함께 불을 피우고 음식을 나눈다.


1인 가구 비율이 40%에 가깝고 앞으로 더 늘어날 거라는 뉴스를 보았다. 경제가 어려워 많은 이가 떠나왔던 원래의 동굴로 돌아가지 못하고, 동굴조차 없어졌다는 슬픈 소식이 보태진다.


혼자만의 좁디좁은 동굴에 쓸쓸히 웅크린 그들의 DNA가 힘을 발휘해 언젠가는 따뜻한 동굴에 함께 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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