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루클린의 낡은 건물을 바꾼 것
끔찍한 사건 사고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예뻐하며 애지중지 키우는 반려견이라도 그 반려견의 똥을 맨손으로 만져 치울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더럽거나 무섭거나 끔찍한 ‘그 무엇인가’를 몇 밀리미터도 안 되는 얇은 헝겊이나 비닐, 휴지등의 한 꺼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그것들을 극복해 낼 수 있다. 물리적으로 내 시야에서 가려가려 지거나, 내 피부에 직접적으로 접촉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한 꺼풀의 위대한 힘이다.
뉴욕 브루클린의 골목들을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낡은 창고 같은 건물의 외벽에 그려진 멋진 그림이 있어서 한참을 보았었다. 한 꺼풀도 못되는 흘러 내린 색색의 페인트가 낡은 건물을 오히려 돋보이게 했다.
살다 보면 눈꼴이 시리거나 무섭거나 더럽거나 아예 쳐다도 보고 싶지 않은 상황이 제법 많다. 이럴 때 눈을 질끈 감아버리면 앞서의 극복을 이룰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공평하게, 공짜로 부여된 한 꺼풀, 눈꺼풀이 있기 때문이다.
눈꺼풀의 주된 역할과 목적 중 하나가 이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도 이런 한 꺼풀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하고 소소하게 딱 홑이불만큼의 한 꺼풀만이라도 말이다.
다만, 한 꺼풀의 비싼 옷, 한 꺼풀의 화장, 한 꺼풀의 웃음 뒤에 숨겨진 것이 있을 지도 모르니 속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