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망을 가장 많이 들은 존재
어느 날 신이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질문을 했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
가장 간절한 것이 무엇이냐?
사람들은 신이 소중한 것을 지켜줄 것이라, 간절한 것을 이뤄 줄 것이라 믿고 아주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누군가는 돈을,
누군가는 사랑하는 자식을,
누군가는 오래 사는 것을,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건강을,
누군가는 자신이 하는 일을,
누군가는 가족을,
누군가는 자기 자신이라 말했다.
신은 친절하게도 바쁘거나 아파서 직접 자신 앞에 모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것들을 대답할 수 있도록 했다.
네 주변의 어떤 것에든 대고 기도하면 내가 친히 듣겠노라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마음이 신에게 특별히 잘 전해지도록 떠오르는 태양에, 커다란 나무에, 보름달에, 커다란 바위에, 떨어지는 별똥별에, 정성스레 떠온 깨끗한 샘물을 놓고 간절히 신에게 고했다.
시간이 하루하루 흐르면서 그 신은 사람들이 소중하다고 말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슬며시 앗아갔다.
빈번하게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을 듣다가 지어 낸 이야기이다. 사람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듯 모든 신이 선하고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과 재난, 사건 사고와 범죄, 온갖 병들을 만들어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빼앗아 가는 사악한 나쁜 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신에게 일방적으로 온갖 것들을 요구해 대서, 선했던 신이 짜증을 부린 것일 수도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여전히 인간은 기대와 욕심에 차서 소중한 비밀과 자신의 욕망을 누설하고 있지 않나 싶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모르는 깊은 곳에 꽁꽁 숨긴다. 제 각각의 소중한 것들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빅을 보면 꼬마 톰 행크스가 놀이공원에서 졸타라는 기묘한 아저씨에다가 키가 크게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장면이 나온다.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서는 정말로 소원이 이루어진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졸타를 발견하곤 반가운 마음에 냉큼 달려가 돈을 넣고 소원을 빌었다.
"소년이 되게 해 줘!"
정말 간절하게 빌었다. 두손을 곱게 모으고 눈도 꼭 감아 기도하듯 빌었다.
다음 날 아침에 기대하고 눈을 떴는데 그대로 아저씨였다. 영어로 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제껏 살면서 빌었던 수많은 소원 중 무엇이 이뤄졌을까?
수없이 받으라 들었던 복은 도대체 언제 받게 되는 걸까?
좋은 신들의 응답은 꽤나 느린 것 같다.
혹시라도 나쁜 신이 들어줄지 모르니 이렇게 기도해야겠다.
"뱃살, 주름, 노안, 탈모가 정말 저에겐 중요합니다. 제발 빼앗아가지 말아 주세요!"
이런 기도를 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신선하다 싶어서 들어주면 어떻하나 싶은 걱정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