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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만도 못하네

강원도 양양 바다에서 노는 남의 집 개

by 숲속의조르바 Feb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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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 오름이는 아침에 집에서 나왔다가 저녁에 들어갈 때면 며칠을 못 본 것처럼 꼬리가 헬리콥터가 되면서 반가워하며 날뛴다. 고작 몇 시간의 부재에도 그렇다.


개처럼 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반가울 땐 꼬리가 빠지게 반가움을 표현하고, 무서울 땐 꼬리를 잔뜩 내리고, 맞서야 하면 사납게 짖어 맞서고, 아니다 싶으면 확실하게 배를 까라고 했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며 살기 힘든 세상이다. 


겁을 먹어도 안 먹은 척해야 하고, 가진 것 없어도 있어 보이는 척해야 하고, 반대로 누가 돈 빌려달까 봐 있어도 없는 척해야 하기도 하고, 무서운 티를 내서도 안 되고, 외로운 티를 내서도 안 되고, 눈물 나게 반갑고 보고 싶은데 왠지 지는 것 같아 마음의 무게를 저울질하게 된다. 


개만도 못하게 산 것 같다. 


산책이라는, 간식이라는 말 한마디에 귀를 쫑긋 세우고 날아갈 것처럼 폴짝폴짝 튀어 오르는 오름이처럼 즐거움과 반가움, 두려움,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해 봐야겠다.


개처럼 살아야겠다. 개만큼만 살아야겠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개만큼만 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개가 사람보다 나은 이유가, 사람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개의 장점이 이렇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한 사람을 따른다. 비록 주인이 자기를 심하게 혼냈어도, 며칠을 방치했어도 삐치지도 화내지도 않고 한결같이 따른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술 취해 실수를 하지 않는다.

위로를 해주고 치료를 한다.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다. 뛰어난 후각, 청각, 체력, 인내력으로 인간을 돕는다. 

꾀를 쓰긴하지만 잔머리를 굴리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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