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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지 못할까

포르투갈, 리스본 어느 골목의 벽화

by 숲속의조르바

한 때 연말이 되면 마치 의식처럼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보곤 했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도 물씬하고, 영화에 나오는 여러 커플들의 스토리도 가볍게 미소 지으며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그 영화를 볼 때마다 꼭 드는 생각이 있었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런던 히드로 공항의 도착 홈에서 일반인들로 보이는 이들이 그들의 가족과 친구, 애인 등을 만나면서 반가움의 포옹을 나누는 모습이 나온다. 멋들어진 휴 그랜트의 내레이션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벅찬 모습들이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국내선이나 국제선을 최소 2-300번 이상은 탄 듯하다. 수시로 해외로 여행과 출장을 다녔고, 제주에 몇 년 살면서 버스 터미널 보다 공항을 더 자주 오가며 지낸 탓이다.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따뜻한 포옹과 환영을 국내 공항에서는 쉽게 보질 못했다.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할까. 무엇이 쑥스러울까. 잠시 반가운 손을 잡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가기 바쁘다.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던 날, 부모님이 배웅을 해 주셨다. 당신들은 공항이 처음이셨다. 어머니는 어느 틈에 어디에선가 장미 두 송이를 사 오셔서는 나와 동행하는 친구에게 내미셨다. 출국장으로 들어설 때, 아버지는 내가 입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멀찌감치에서 뒤돌아 서 계셨다. 잘 다녀오겠다는 짧은 인사만 드리고 나는 돌아섰다. 그렇게 우린 쑥스럽다.


그 마음이 히드로 공항의 저들보다 절대 모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보다 더 애틋하고 살가운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 당신도 부여안아 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몇 달 후 아버지의 수술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귀국해서는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찾지 못한 아버지를 재회했어야 했다. 공항에서 하지 못한 포옹을 일방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회복을 하신 후에는 손도 자주 잡고 잠시 집을 들렀다가 갈 때에도 그 쑥스럽던 포옹도 자주 하려고 노력했었다.


다짐한다.

먼 길을 날아 올 누군가를 공항에서 기다린다면, 누군가 나를 공항에서 기다려주고 있다면 격하게 포옹을 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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