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 만항재에서
얼마 전에 30센티가량의 엄청난 양의 눈이 왔다. 그것도 십일월의 첫눈으로 말이다.
예상 못한 큰 눈으로 사고도 많고 통행도 힘들었지만 낭만을 외치며 친구 순철이를 만나 술을 진탕 마셨다.
술이 어느 정도 얼큰해졌을 때 불쑥 이런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말했다.
“정말 좋은 것은 말이야 오기만 한다는 거야. 가지는 않고”
뜬금없는 말을 뱉고 이어서 주절거렸었다.
“눈이 오잖아? 근데 눈이 가진 않잖아?"
"비가 온다고 하잖아? 근데 비가 간다고 하진 않잖아?"
"봄이 오잖아? 근데 봄은 가 버려!."
"사랑이 오잖아? 근데 가버려!"
"마냥 좋은 것과 한때 좋은 것의 차이 아니겠냐? “
아마 취해서 헛소리하나 싶을 것이다.
첫눈이 많이 와서 좋아서 그런 거란 것도 알아줄 것이다.
친구를 만나 좋아서 그런 거란 것도 알 것이다.
눈이 오면 우린 다시 열일곱이 된다.
봄이 오기 전, 폭설을 한번 더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