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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대지 말기를

강원도, 인제 매바위 빙벽에서

by 숲속의조르바


사람들은 종종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죽을 때까지 뛰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삐딱한 생각이 들다가 얼마 전 실직 한 친구가 떠올랐다.


나름 치열하고 꾸준하게 그리고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한 덕에 승진할 수 있는 최고점까지 올라 간 친구였다. 힘겹게 오른 산의 정상은 오래 서있기 힘들 만큼 뾰족했던 듯하다. 몇 해만에 친구는 높지만 좁았던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친구는 마라톤이 아니고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전력 질주로 숨 가쁘게 계속 뛰던 중이었을 텐데, 넘어져 버린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절대권력자 심판이 밀어서 넘어트린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 친구가 털고 일어나서 다시 완주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가장 빠른 속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서 바닥으로 떨어졌으니 육체적, 심적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주변에선 그런 그에게 다시 뛸 수 있다고 응원을 한다. 뛸 기회조차 쉽게 얻을 수 없음을 잘 알면서 뛸 수 있을 거란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훌훌 털고 일어나라는 물정 모르는 소리를 쉽게 하기도 한다.


그는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속이 탄다. 그런데 그에게 빨리 일어나서 다시 뛰라고 재촉하는 것은 참혹한 것이란 생각까지 든다.


다치지 않았는지, 스스로 몸을 일으켜 앉아 있기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으면 더 기쁜 것이고, 뛰지 않아도 좋으니 천천히 발목을 풀어가며 어느 방향으로 갈지 천천히 궁리했으면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그냥 멍히 앉아있거나 누워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어디가 부러졌는지, 깊은 생채기가 났는지도 모르면서 방향도 헷갈린 채 허둥지둥 서둘러 다시 뛰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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