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델포이 아폴로신전에서
“실수하며 보낸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인생보다
존경스러울 뿐 아니라 훨씬 더 유용하다.”
- 조지 버나드 쇼 -
세계 여러 나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후회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고 한다.
나라도 다르고, 성별도, 나이대도 모두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었지만 살면서 드는 후회는 꽤 비슷했다고 한다. 공부할 걸, 운동할 걸, 저금할 걸 등등의 이런저런 걸들이 넘쳐나는 결과로 나왔다한다.
눈여겨볼 점은 후회의 종류가 두 가지로 구분되었다는 것이다.
첫째는 어떤 행동이나 결정을 하고 난 후 그에 따른 후회다. 그 짓을 하지 말 걸, 회사를 그만두지 말 걸, 무리해서 집을 사지 말걸 등 행동에 따른 결괏값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생긴 후회들이다.
다른 하나는 어떤 행동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서 따르는 후회다. 그때 무리해서라도 집을 살 걸, 회사를 진작 그만둘 걸, 그때 그 짓을 할 걸 등 행동하지 않아서 얻지 못한 것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놓친 물고기가 커 보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두 가지 후회 중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결과를 보면 후회해야 소용 있다는 말로 바뀐다. 공부할 걸, 운동할 걸, 건강 좀 챙길 걸 하는 후회가 어느 때라도 들면 그제야 뭐라도 하는 척 시작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후회의 장점이 된다.
그리스신화에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라는 형제가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자라는 뜻이고 에피메테우스는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생각하는 자라고 한다. 그래서 에피메테우스는 생각 없이 먼저 행동해서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현명한 자로, 에피메테우스는 우둔한 사람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런데 먼저 아는 것이 꼭 장점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의 능력이 있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하지 못했을 것이고, 술을 마시지도 못했을 것이고, 한 달 후 돌아오는 카드 명세서에 놀라서 여행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사월이와 뚜껑이라는 강아지도 함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슬픔과 고통, 숙취와 괴로움, 번뇌를 미리 보았을 테니까.
살면서 에피메테우스는 수백 번 이상 수시로 때때로 일시불 혹은 혹독한 할부로 나에게 후회를 선물해 왔다. 후회는 실행 뒤에야 온다. 아무것도 안 해도 결국 똑같이 후회한다. 어차피 후회할 바에야, 뭐든 해보려 한다. 후회 안 한 것도 있잖아?
이럴 땐 주변에서 꼭 “아직 정신 못 차렸구먼”하고 보탠다.
그런 말을 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데 방법을 통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