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 어느 폐건물에서
침구류나 옷을 정리하다 보면 스미는 빛에 뽀얗게 흩날리는 먼지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분명 일상생활에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엉덩이를 뗄 때마다 이처럼 먼지가 일 것이다. 그 먼지들이 세세히 눈에 보인다면 우리는 한 번의 호흡조차 편치 못할 것이다.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한 식탁이나 욕실이라 해도 그 속엔 먼지와 세균들이 득실득실할 것이다. 그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적당한 안정감으로 생활을 할 수 있다. 만약 그것들이 모두 다 보인다면 결벽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아무것도 못할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늘 궁금해한다. 타인의 진심은 어떻고,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세히 알고 싶어 한다.
그런 동시에 내 거짓과 더불어 진심은 숨기려 한다.
소설가 은희경은 그의 책 [비밀과 거짓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대개 추악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밀이나 거짓말은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수단이다
종종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타인의 속마음이 귀에 들리거나 숨기려 했던 본심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설정이 있다. 모든 이의 속마음과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것은 마이다스의 손 같은 저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몰라서, 안 보여서 다행인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다.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이라는 속담 한 줄로 될 것을 참 길게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