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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벳 Jan 19. 2024

수고했어. 오늘도. 떡국

당신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줄게요



이번 겨울에는 평소보다 추운 날씨가 종종 찾아오고는 한다. 눈이 내리는 날도 제법 있어, 산에 드문드문 하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잠시 외출로 차가운 공기와 쌩쌩 부는 찬바람을 맞다 보면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어 버리는 느낌이다.




아.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따끈한 한 그릇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묵탕, 가락국수, 잔치국수 등등. 하지만 한 끼로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국물을 즐기면서 든든한 식사로도 충분한 음식, 뭐니 뭐니 해도 떡국이 아닐까. 겨울에 최소 두 번은 먹기도 하고. (새해 첫날 아침에 한 번, 구정에 한 번) 그러고 보니 떡국은 겨울에 더 자주 먹게 된다.



어릴 적 겨울, 늦잠을 자는 느긋한 주말에는 아침 겸 점심으로 떡국을 자주 먹었다. 친정 엄마의 떡국엔 소고기, 계란, 김가루가 들어 있어 구수하면서 깊은 감칠맛이 난다. 이불속에서 더 잘래 하다가도 떡국 먹자는 말에는 벌떡 일어나 상 앞에 앉아 있게 만들었던 음식. 나에게 있어 떡국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따스함이다.



지금은 아이에게 그 따스함이 전해지는 중. 오늘 뭐 먹고 싶어? 하면 두말할 것 없이 바로 떡국! 을 외칠 정도로. 떡국은 아이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애 메뉴이다. (떡을 좋아하니 떡국도 좋아할 수밖에) 그릇에 담뿍 담아 주면 앉아있는 자리에서 뚝딱 해치우고는 한 그릇 더요! 를 외친다. 이렇게 떡국은 친정엄마에게서 나에게로 그리고 아이에게로 추억의 맛이 되어 이어지고 있다.





 


지금, 나만의 특별한 떡국레시피를 공개한다.


오벳의 떡국레시피

재료: 소고기국거리, 떡국떡, 물, 맛술, 국간장, 참기름, 까나리액젓, 다진 마늘, 잘게 썬 파


1. 물로 살짝 헹궈 핏물을 제거한 소고기에 맛술, 국간장,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고 냄비에 넣어 살짝 볶는다.

2. 핏기가 사라질 즈음 고기가 자박자박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센 불에 끓인다.

3. 물이 끓으면 추가로 물을 붓고 고기 육수가 충분히 우러나올 정도로 끓여낸다. (최소 40분 정도) 끓일수록 국물 맛은 깊어지고 소고기는 부드러워진다.

4. 충분히 끓여낸 국물에 액젓, 다진 마늘로 간을 한다. 참고로 여기에서 나만의 팁이 있다면 까나리 액젓을 넣어 간을 맞춘다는 것. (멸치액젓은 특유의 향이 있어 국물의 맛을 해칠 수 있다) 액젓과 고기육수의 조화는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5. 떡을 넣고 끓이다가 떡이 국물에 둥둥 떠오르기 시작하면 잘게 썰은 대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완성. (이제 드시면 됩니다. 맛있게 드세요)




따끈하고 상냥한 떡국 한 그릇



떡국 국물은 친정엄마가 알려준 비법으로 낸 육수가 바탕이 된다. 보통 사골 육수도 많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우려낸 고기 육수의 고소하면서 깔끔한 맛이 더 나의 취향. 그렇게 만든 국물은 쫀득쫀득한 떡의 식감과도 잘 어울린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푹 끓여내어 약간 퍼진듯한 떡국을 좋아한다. 떡에 국물 맛이 배어 좀 더 감칠맛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따끈하게 끓여낸 떡국을 한 숟갈 떠서 먹는다. 말랑말랑한 떡과 깊고 진한 고기국물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몇 번 씹으면 부드럽게 후루룩 넘어간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떡의 식감, 그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담백하면서 은은한 단맛. 국물에서 느껴지는 눅진하면서도 구수한 풍미가 일품이다. 푹 끓여내어 고기의 감칠맛이 가득 배어 있다. 소고기도 아주 부드러워 떡과 잘 어울린다. 따뜻한 국물과 떡을 번갈아 먹고 있다 보면, 어느새 그릇의 바닥이 드러난다.







떡국 한 그릇에는 위로와 회복의 힘이 있다. 부드럽게 씹히는 떡과 따끈한 국물을 먹으면, 점점 따뜻한 기운에 젖어들게 된다. 자극적이지 않은 단순하고 익숙한 맛은 상냥함을 지녀서, 지쳐있는 몸과 마음에 더욱 가깝게 와닿는다. 그래서 떡국을 먹고 있노라면 따뜻한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도 정말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토닥이는 따스한 손길 같기도 하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먹었던 떡국의 맛이 이어져 지금도 따끈한 한 그릇으로 함께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더불어 한 가지의 음식을 준비하며 더 정성을 담아낼 수 있다. 다양한 재료보다는 알맞은 재료를 사용해 시간을 들이고, 천천히 끓여낸 육수 덕분에 깊은 떡국의 맛이 탄생한다. 떡을 넣어 끓이는 간단한 음식으로 여겨질지라도, 실은 생각보다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친절한 배려가 한 그릇이 되어 전해짐을 알기에. 추운 겨울에 으슬으슬 감기가 올 듯한 날, 텅 빈 마음에 따뜻한 위로와 힘이 필요한 날, 아이가 학교에 돌아온 후 기운이 없는 날, 난 따뜻한 떡국 한 그릇을 준비한다.





수고했어요. 오늘도.

따끈한 떡국 한 그릇 어떠세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사람의 영혼을 발견하는 일이다

움베르트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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