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2호 하나로 소작전으로 끝난~
화요일 낮, 동물보호소 직원이 포획틀 5개를 가져다주었고 설치 방법을 알려주고 떠났는데 저녁때 퇴근하니 애들이 데크 위에 옹기종기 모여 내가 밥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턱시도'와 '삼순이'와 '고등어' 가족이 왔습니다. 요즘 '고등어'는 다시 애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이사를 가서 밥때 애들을 데리고 와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요즘 '치즈 2호'가 '고등어' 가족의 아빠노릇을 하고 있는데 엄마는 데크 위로 올라와 나를 따라다니며 밥을 달라고 하고 아빠역할 중인 '치즈 2호'는 애들과 옆집 울타리 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포획틀을 설치하자니 너무 이른 저녁이라 잡힌 냥이들이 내일 아침까지 갇혀 있어야 하고... 해서 밤중에 설치하기로 하고 애들 밥을 주었습니다. 그날 밤 10시에 5개를 설치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수요일 아침, 나가보니 포획틀엔 새끼들만 2마리가 갇혀 있고 그 안에서 이리저리 뛰고 난리가 났습니다.
애고... 저 어린것들이... 두 마리 다 다시 풀어 주었고 역시 애들은 호기심과 배고픔을 못 참는지 그 안에 통조림이 먹고 싶어 들어갔다가 갇힌 거였습니다. 어려서 수술 대상이 아니라 그냥 풀어 주었는데 정작 어른 고양이들은 신기하게도 안 들어갑니다. 어른 고양이들은 밖에서 냄새만 맡고는 주변을 어슬렁 거리기만 합니다.
수요일 저녁, 역시 데크엔 '고등어'와 '치즈 2호', '턱시도'가 있습니다. 애들에게 밥을 주고 밤중이 되어 10쯤에 틀을 설치하는데 '고등어' 가족이 와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고등어'와 '치즈 2호'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고 새끼들은 멀찍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틀을 설치하고 통조림을 넣자마자 '치즈 2호'가 그냥 쑥~
하고 들어가 갇혀버렸습니다. 갇히게 되자 그 안에서 난리가 났고 얼른 커버를 씌워 애를 안정시켰습니다만 그 난리가 나자 '고등어' 가족이 싹 도망을 갔습니다. 지금 갇혔으니 내일 아침 보호소 직원이 올 때까지 최소 10시간은 갇혀있어야 할 텐데... 애는 겁이 나서 그 안에서 철창을 긁는지 계속 달그락거리고 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내일까지 기다려라... 하고 나머지를 다 설치하고 들어왔는데 그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신경 씌어
잠은 물론 다른 걸 할 수가 없습니다. 새벽까지 몇 번씩 나가서 확인을 하고...
또 하루가 지나고...
목요일 아침, 5시에 나가보니 새끼 한 마리가 또 갇혀 있습니다. 어미'고등어'는 내게 와서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자기 새끼를 꺼내달라는 건지 밥을 달라는 건지... 어린 새끼는 다시 꺼내주니 쏜살같이 도망을 갔고 '치즈 2호'는 미동이 없어 살짝 커버를 들어 보니 그 안에서 나를 보고 하악질을 합니다. 직원이 올 때까지 다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가 출근하는 8시까지 3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고 나는 빨리 와달라고 문자를 넣고 초조하게 기다리며 8시가 되길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지금 출발한다고...
그렇게 8시 30분에 직원이 와서 '치즈 2호'를 데려갔고 수컷이라 빠르면 이 애는 내일 다시 데려다 놓을 거랍니다. 그 안에서 난리를 피워 털이 빠지고 똥도 싸고 난리가 났습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다시 하루가 지나고...
금요일 새벽, 4시에 나가보니 '고등어'가 문밖에 있습니다. 아니 이 시간에 이 애가? 하고 보니 새끼가 또 포획틀에 갇혀있습니다. 새끼를 풀어주니 쏜살같이 도망가고 어미가 뒤따라 갑니다. 성묘들은 이 틀이 뭔지 아는가 봅니다. 그제 밤, '치즈 2호'가 틀을 설치하자마자 내 앞에서 쑥~ 들어간 돌발행동(?) 말고는 성묘는 안 들어갑니다. 그간 새끼들만 4마리가 잡혔었습니다. 영리한 엄마나 성묘는 안 들어가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그 좋아하는 통조림을 넣었는데 말이죠. 어제 병원으로 간 '치즈 2호'는 무사히 수술을 마쳤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정상으로는 오늘은 와야 하는데... 궁금합니다.
금요일 오후, 보호소 직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술을 마친 '치즈 2호'를 지금 풀어주려 한다고... 잠깐만
기다리라 하고 얼른 집에 가니 이 애는 마당에 내려진 철창에 갇힌 채 불안해하며 하악질을 하고 있습니다.
물과 닭고기를 주려 했건만 겁먹은 '치즈 2호'는 문이 열리자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자두' 우리로 들어가 버렸고 나는 좀 당황했는데 '자두'가 바라보기만 하고 그냥 놔두자 자두네 집 지붕 위로 올라가더니 잠시 사방을 둘러보곤 어디론가 사라지더군요... 직원말로 '이 개도 순하네요... 고양이가 들어왔는데 가만히 있으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애... '자두'는 고양이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더니 자기네 집 강아지도 고양이들과 친하다고 합니다. 그분은 고양이 10마리를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3일 만에 포획틀은 철거해서 가지고 갔습니다. 매일 어린 새끼들만 잡히고 2일 이상 안 잡히면 잡히지 않을 거라고요...
이렇게 해서 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치즈 2호'하나로 끝이 났습니다. 대작전은 소작전으로 끝~~
<끝>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