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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아저씨 Aug 20. 2024

1: 자두의 여름

프롤로그

#1. 늙은 자두는...

좌) 작년 여름 살구가 떠나고.                       가운데) 올여름.                                    우) 산책 후 자두와 호피

올해 '자두'는 만 12년하고 5개월가량 되었습니다. 대형견인 '자두'를 사람나이로 대충 환산해 보자면 80중 후반쯤 됩니다. 2012년 9월 유기견 보호소에서 내게 왔을 때 강아지티가 아직도 있는 5~6개월쯤 돼 보이는 어린애였습니다. 그러던 애가 이제 나이가 드니 걸음걸이도 느려지고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들어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본 이후 계단은 절대 안 오르려 합니다) 물론 살도 찌고 해서 더 그렇습니다만 작년여름 

'자두'는 '살구'가 떠나고 체중이 줄었는데 아직도 몸은 좀 비대해 보입니다.(올해는 체중은 더 줄었는데 

몸은 외려 작년보다 더 쪄 보입니다) 위의 사진을 비교해 봐도 그렇습니다. 산책이 덥고 힘든지 다녀오면 일단 데크 위로 올라와 데크에 고양이들이 있어도 누워버리고(오른쪽 사진) 곁에는 '턱시도'나 '호피', '삼순이' 등이 있지만 이 애들에겐 신경도 안 씁니다. 요즘엔 눈도 이상이 생겨 몇 년 전에 왼쪽 눈은 실명되었고 올여름엔 오른쪽 눈에서 안충이 발견되어 치료 중에 있습니다. 안충치료는 마취 후 일일이 벌레를 잡아내야 하지만 노령견에 마취가 위험할 수 있다고 수의사가 그래서 먹는 약과 안약, 주사등으로 치료 중에 있습니다. 

나이 들며 자꾸 여기저기 나빠지고 병이 생기는 게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같은가 봅니다.

자두네 집 테이블 위에서 놀고 있거나 쉬고있는 냥이들

그런데다 마음이 넓어지는 건지 귀찮아서 그러는 건지 자두네 집은 고양이들이 놀이터가 되어 '호피'전용공간처럼 되었던 '자두'네 집은 '턱시도'가 테이블 위에서 자기도 하고 '삼순이'는 '자두'가 쉬는 그늘막에서 새끼들까지 데리고 와 쉬기도 하는 등 '자두'네 집이 아주 고양이들로 북적거리기도 합니다. '블랙이 2호'가 와서 

밥을 먹거나 쉬는 공간인 자두네 집 지붕 위에는 '삼순이'와 새끼들이 쉬기도 하고 '턱시도'가 올라가 주변을 살피며 망을 보고 공공의 적처럼 된 '블랙이 2호'를 경계합니다.  그런데 '자두'는 큰 고양이들에겐 별 관심이 없거나 무시하는데 새끼들에겐 관심을 보입니다. 다행히도 다가가려 할 때 내가 "안돼"하면 가다가도 움칫하고 멈추고 더 이상 가까이 가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유독 새끼들이 들어오면 낑낑대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사실 작년 여름 '호피'가 처음 '자두'네 우리로 들어왔을 때 새끼를 막 벗어난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어제는 무슨 연윤지 '치즈 2호'마저 자두네 집에 들어와 테이블 위에서 자고 있더군요... '자두'는 우리 집에 오는 애들에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산책 시 다른 동네서 발견되는 고양이들에겐 아주 많은 관심으로 쫓아가려 하거나 어쩌다 우리 집에 오는 애들에겐 관심을 보이려 할 때 하악질을 하면 멈칫하고 더 이상 가지 않는 등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소심하기도 합니다. 어젠 하도 더워 거실에 들여놓고 에어컨을 켜주니 시원해서 배를 깔고 아주 잘 자더군요.  수의사가 이 애는 겨울 추위는 잘 견뎌도 여름더위는 힘들어하고 특히 심장 안 좋은 애들 노령견 들은 이 폭염에 주의하라 하는데... 이 더운 여름 잘 보내야겠는데...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오는데도 이렇게 덥습니다. 자두도 냥이들도 나도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2. 고등어는...

가끔 밥 먹으러 오는 고등어, 손님으로 오는 요즘은 다른 애들을 공격하지 않고 같이 데크에서 쉬고 있습니다

 고등어는 새끼들을 다 독립시키고 자신도 데크를 떠나 가끔 와서 밥을 먹고 가는 손님길냥이가 되었는데 좀 이상합니다. 이 애는 이제 내 손길도 피하고 불러도 오지 않고 가까이 가면 슬금슬금 피하기까지 합니다. 

대체 왜 이럴까요... 나를 갑자기 이렇게 멀리하는 이유가... 뭘까요? 뭐 섭섭하게 한 게 있어서 삐쳐서일까요? 아무튼 이 애는 밥때면 와서 밥은 먹지만 예전처럼 내게 곁을 두지 않습니다. 살짝? 서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변한 건 또 있습니다 손님으로 오니 이젠 다른 애들에게 공격성이 없어진것 같습니다.  

얌전해져서 다른 애들한테 먼저 공격하지 않고 다른 애들이 있으면 주변에 머문다거나... 합니다. 

다른 애들 눈치를 본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데크에는 평화가 와 다른 애들과 함께 데크에서 쉬거나 서로 공격하지 않으니 아주 평화로워 보입니다. 이 애는 밥을 먹으면 잠깐 쉬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테크에 머물지는 않습니다. 어디론가 돌아갑니다.  어딘가에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거처를 마련해 두었나 봅니다.

문제는 애는 배가 불러 보이는 게 임신을 한 것 같습니다. 걱정입니다. 가을쯤 새끼를 난다면 그 추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지... 이번 봄에 출산한 애들은 이 여름 독립을 시켰는데 대개 가을 출산 애들은 그 해 

겨울을 넘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만약 살아남아도... 

무엇보다 자꾸 개체수가 늘어가는 게 문제라... 이 애를 수술시켜야 하는 게 숙제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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