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올해 '자두'는 만 12년하고 5개월가량 되었습니다. 대형견인 '자두'를 사람나이로 대충 환산해 보자면 80중 후반쯤 됩니다. 2012년 9월 유기견 보호소에서 내게 왔을 때 강아지티가 아직도 있는 5~6개월쯤 돼 보이는 어린애였습니다. 그러던 애가 이제 나이가 드니 걸음걸이도 느려지고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들어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본 이후 계단은 절대 안 오르려 합니다) 물론 살도 찌고 해서 더 그렇습니다만 작년여름
'자두'는 '살구'가 떠나고 체중이 줄었는데 아직도 몸은 좀 비대해 보입니다.(올해는 체중은 더 줄었는데
몸은 외려 작년보다 더 쪄 보입니다) 위의 사진을 비교해 봐도 그렇습니다. 산책이 덥고 힘든지 다녀오면 일단 데크 위로 올라와 데크에 고양이들이 있어도 누워버리고(오른쪽 사진) 곁에는 '턱시도'나 '호피', '삼순이' 등이 있지만 이 애들에겐 신경도 안 씁니다. 요즘엔 눈도 이상이 생겨 몇 년 전에 왼쪽 눈은 실명되었고 올여름엔 오른쪽 눈에서 안충이 발견되어 치료 중에 있습니다. 안충치료는 마취 후 일일이 벌레를 잡아내야 하지만 노령견에 마취가 위험할 수 있다고 수의사가 그래서 먹는 약과 안약, 주사등으로 치료 중에 있습니다.
나이 들며 자꾸 여기저기 나빠지고 병이 생기는 게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같은가 봅니다.
그런데다 마음이 넓어지는 건지 귀찮아서 그러는 건지 자두네 집은 고양이들이 놀이터가 되어 '호피'전용공간처럼 되었던 '자두'네 집은 '턱시도'가 테이블 위에서 자기도 하고 '삼순이'는 '자두'가 쉬는 그늘막에서 새끼들까지 데리고 와 쉬기도 하는 등 '자두'네 집이 아주 고양이들로 북적거리기도 합니다. '블랙이 2호'가 와서
밥을 먹거나 쉬는 공간인 자두네 집 지붕 위에는 '삼순이'와 새끼들이 쉬기도 하고 '턱시도'가 올라가 주변을 살피며 망을 보고 공공의 적처럼 된 '블랙이 2호'를 경계합니다. 그런데 '자두'는 큰 고양이들에겐 별 관심이 없거나 무시하는데 새끼들에겐 관심을 보입니다. 다행히도 다가가려 할 때 내가 "안돼"하면 가다가도 움칫하고 멈추고 더 이상 가까이 가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유독 새끼들이 들어오면 낑낑대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사실 작년 여름 '호피'가 처음 '자두'네 우리로 들어왔을 때 새끼를 막 벗어난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어제는 무슨 연윤지 '치즈 2호'마저 자두네 집에 들어와 테이블 위에서 자고 있더군요... '자두'는 우리 집에 오는 애들에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산책 시 다른 동네서 발견되는 고양이들에겐 아주 많은 관심으로 쫓아가려 하거나 어쩌다 우리 집에 오는 애들에겐 관심을 보이려 할 때 하악질을 하면 멈칫하고 더 이상 가지 않는 등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소심하기도 합니다. 어젠 하도 더워 거실에 들여놓고 에어컨을 켜주니 시원해서 배를 깔고 아주 잘 자더군요. 수의사가 이 애는 겨울 추위는 잘 견뎌도 여름더위는 힘들어하고 특히 심장 안 좋은 애들 노령견 들은 이 폭염에 주의하라 하는데... 이 더운 여름 잘 보내야겠는데...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오는데도 이렇게 덥습니다. 자두도 냥이들도 나도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등어는 새끼들을 다 독립시키고 자신도 데크를 떠나 가끔 와서 밥을 먹고 가는 손님길냥이가 되었는데 좀 이상합니다. 이 애는 이제 내 손길도 피하고 불러도 오지 않고 가까이 가면 슬금슬금 피하기까지 합니다.
대체 왜 이럴까요... 나를 갑자기 이렇게 멀리하는 이유가... 뭘까요? 뭐 섭섭하게 한 게 있어서 삐쳐서일까요? 아무튼 이 애는 밥때면 와서 밥은 먹지만 예전처럼 내게 곁을 두지 않습니다. 살짝? 서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변한 건 또 있습니다 손님으로 오니 이젠 다른 애들에게 공격성이 없어진것 같습니다.
얌전해져서 다른 애들한테 먼저 공격하지 않고 다른 애들이 있으면 주변에 머문다거나... 합니다.
다른 애들 눈치를 본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데크에는 평화가 와 다른 애들과 함께 데크에서 쉬거나 서로 공격하지 않으니 아주 평화로워 보입니다. 이 애는 밥을 먹으면 잠깐 쉬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테크에 머물지는 않습니다. 어디론가 돌아갑니다. 어딘가에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거처를 마련해 두었나 봅니다.
문제는 이 애는 배가 좀 불러 보이는 게 또 임신을 한 것 같습니다. 걱정입니다. 가을쯤 새끼를 난다면 그 추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지... 이번 봄에 출산한 애들은 이 여름 독립을 시켰는데 대개 가을 출산 애들은 그 해
겨울을 넘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만약 살아남아도...
무엇보다 자꾸 개체수가 늘어가는 게 문제라... 이 애를 수술시켜야 하는 게 숙제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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