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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와의 일상

27. 자두와 까망이... 때로는 역전되고...

by James 아저씨
20251129_074506[1].jpg 그렇게 똥그란 눈으로 뭘? 어쩌라고?

'까망이'는 드디어 자두와도 친해졌습니다. 스토커처럼 끈질긴 자두에게 마음을 연건지... 순둥이 자두를 호구로 생각하는 건지... 아무튼 까망이는 자두가 와서 핥아주면 가만히 얼굴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얼굴 전체가 침 범벅이 될 때까지 자두는 정성스레 핥아줍니다. 자두는 예전에도 고양이 '호피'를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핥아주더니 자두의 애정 표현은 이렇게 핥아주는 건가 봅니다. 그걸 받아주는 '까망이...' 아무튼 둘은 이제 친해졌고 대범해진 '까망이'는 집안에도 들어오고 그럽니다. 그럼 자두는 약이 올라 난리가 납니다. 자신은 문을 여러 놔도 잘 안 들어가는데 요놈의 '까망이'가 쏙 들어가 버리고 하니... 쫓아 들어 오려다 내가 문을 닫아 못 들어오게 하면 밖에서 난리가 납니다. 문을 열어 놓으면 쫓아 들어와 '까망이'를 쫓아다니며 관심을 주면 '까망이' 는 역시 또 귀찮다는 듯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도 하다 결국 자두에게 잡혀 또 핥음을 당합니다(?) 하지만 '까망이'도 아직은 실내가 편한 공간은 아닌가 봅니다. 요기조기 다니며 냄새를 맡고 파악을 하면 나갑니다. 자두와 둘이 비슷한 게 문을 닫으면 문 앞에서 문을 열어 달라고 슬픈 목소리로 야옹 댑니다. 열어주면 쏙

하고 다시 빠져나갑니다. 문을 닫아 놓으면 불안해하고 자신이 언제라도 나갈 수 있게 열어 둬야 합니다.

다행입니다. 요놈이 혹시나... '이 집... 괜찮은걸? 요기서 눌러살아야지' 하고 안 나가면 어쩌나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열린 문으로 들어와 가끔 집안을 돌고 다시 나가는 걸 보니 이 실내가 자기가 살 곳은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자두가 문을 닫아 놓으면 징징대듯 요 '까망이'도 문을 닫아 놓으면 징징 댑니다. 결국 둘은 문을 열어 놓고 언제든 드나들게 해 달라는 건데... 겨울에 그럴 수도 없고... 참...

이것들이 별 걸 다 고민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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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무차별 핥기 공격을 펼치는 자두/ 중) 현관안을 살피는 까망이/ 우) 먼저 들어와 자두와 신경전을 벌이는 까망이/

그리고 며칠 전부터 또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까망이' 요 녀석도 드디어 산책 때 따라 나오는 겁니다. 예전에도 자두와 친해진 '호피'가 산책 때 따라나서더니 산책냥이 되었듯... '까망이'도 따라오기 시작합니다. 예전 '호피'랑 똑같습니다.(그러다 결국 '턱시도'도 따라 나오고 고양이 둘과 자두와 셋이 그렇게 산책을 하면 동네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사진을 찍고 그랬었습니다) 고양이들은 영역동물이라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는 걸 잘하지 않습니다. '까망이'도 첫날엔 150m쯤 까지 오더니 더 이상 따라오지 않더군요... 그리고 자두와 돌아오는 길 그곳에서 우릴 기다리다 같이 만나 다시 들어왔고 다음날엔 다른 방향으로 가봤더니 250m쯤 따라옵니다. 해서 자두와 그곳에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이번엔 아침에 나갔는데 또 따라오더니 낮이어서 그런지(차도 다니고) 150m쯤 따라오더니 더 이상 안 옵니다. 결국 자두와 둘이 마을회관까지 갔다 돌아오니 그 자리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피'도 그랬습니다. 조금씩 더 멀리 따라오고 우리를 그 자리에서 기다리다 돌아올 때 만나 같이 돌아오고 했는데 요 '까망이'도 똑같습니다. 고양이들은 그렇게 자기 영역을 조금씩 벗어나는가 봅니다. 나중에 '호피'는 동네 한 바퀴도 같이 돌고 다른 동네까지 가면 그 다른 동네 입구에 숨어 우리가 다녀오기를 기다리다 만나 같이 오곤 했습니다. 워낙 겁이 많고 조심성이 많은 고양이는 그렇게 자신의 영역 밖을 조금씩 넓혀 가는 것 같습니다. 신기합니다. 그렇게 '까망이'도 '호피'와 같은 행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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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때 꼭 붙어 다니려는 까망이

게다가 이번에는 둘의 관계가 역전된 듯...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집안에선 그렇게 자두가 '까망이'를 쫓아다니며 놀자고 보채는데 밖으로 나오면 역전이 됩니다. 자두는 대문밖정도는 '까망이'에게 관심을 줍니다만 조금 가다 보면 자두는 노즈웤에 정신을 팔고 고양이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은데... '까망이'는 이때부터 자두에게 바짝 붙어가고 심지어 자두가 노즈웤을 할 때 가서 자두 얼굴에 헤딩을 하고 자두 다리사이로 들락거리고 그럽니다. 그러면 자두는 걷다가 자꾸 고양이에게 걸리적거리니 자두는 '까망이'를 피해 가고 그럽니다.

신기합니다. 예전 '호피' 때도 그랬습니다. 집안에서는 '호피'에게 어떡하든 다가가 핥고 같이 놀려고 하나

'호피'는 귀찮은 듯 피하고... 밖으로 나가면 이번엔 '호피'가 자두 곁에서 맴돌고 자두 앞에서 발라당도 하고(고양이가 발라당을 하는 건 최대의 애정표현이라 합니다)그러면 자두는 발라당 하고 앞에 널브러진 '호피'를 타고 넘지 그 애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신기하게도 똑같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사달이 났습니다.

자두가 노즈웍할때 머리를 디밀고 박치기를 하거나(이것 또한 고양이가 애정표현을 하는 겁니다) 다리 사이로 들락거리는데 그게 싫은 자두가 폭발하여 '왕~' 해버린 겁니다. 놀란 '까망이'는 잽싸게 자두를 피했고요...

그러고는 자두는 못다 한 노즈웤을 합니다. 그러면 잠시 피했던 '까망이'가 다가와 또 자두 곁으로 붙습니다. 나는 불안하여 '까망이'를 떼어 놓으려 하고요... 진짜 물까 봐...


아무튼 이 둘... 왜 이러는 걸 까요... 집안에선 자두가 쫓아다니거나 관심을 주는데 밖에만 나가면 역전되는 이 현상은요... '호피' 때도 그러더니... 생각해 보니 아마도 고양이의 습성이 그런가 봅니다. 밖에선 자기 영역이 멀어지니 믿을만한 큰 다른 동물 곁에서 있으려 하고 보호받고 싶어 하고... 집에선 안전한 공간이니 떨어져 있으려 하고... 만약 이게 맞다면 고양이들이나 개들이나 참 이기적입니다. 둘 다 자기 필요에 의해 가까워지려 하니까 말이죠. 어쨌든 웃기는 녀석들입니다. 이렇게 '까망이'도 산책냥이 되었으니 이 동네에서도 이 둘은 스타가 될게 뻔합니다. 예전 동네에서도 아주 유명한 애들이 있는 집으로 소문이 났었으니까요...


어쨌든 자두의 원이 이루어져 '까망이'와 친구가 되었으나 둘이는 서로의 의사소통법이 달라 사랑을 이해하긴 서로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일례로 개가 귀를 뒤로 쫙 붙이고 자세를 납작하게 엎드리는 건 "난 너와 친해지고 싶고 너에게 잘 보이고 싶으니 날 사랑해 줘... 난 널 공격하지 않을 거야... "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은 고양이들에겐 "난 지금 널 공격할 거야... 그러니 다가오지 마..."라는 걸로 읽힐 수 있고 고양이가 꼬리를 바짝 치켜세우는 건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인데... 개가 꼬릴 바짝 세운건 긴장했다는 것이라 합니다. 둘 다 비슷한 건 발라당인데... 동물들이 상대에게 배를 보여준다는 건 자신의 최대 약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너와 싸울 생각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친해지고 싶다... 또는 복종의 의미라 하는데... 그건 둘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개도 주인만 보면 발라당 누워 애교를 떠는 걸 보면 말이죠. 이 '까망이'도 나와 자두에게 요새는 그렇게 발라당을 하며 아무 데서나 배를 까고 보여줍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자두가 그 '까망이'의 행동을 알아차린다면 말입니다. 어쨌든 이 겨울 '까망이'는 마당에서 자두와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둘이는 완벽한 소통은 아니더라도 자두의 찐한(?) 애정표현인 핥기를 '까망이'가 받아주고 둘인 친해졌습니다. 다만 물색없이 자주 들이대고 심지어 자두가 밥을 먹을 때도 과감하게 머릴 디밀고 자두 밥그릇을 탐하는 '까망이'를 아무리 순둥이인 자두도 못 참고 공격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자두 밥에는 자두 안약을 닭가슴살에 넣어 비벼주는데 '까망이'가 닭가슴살 냄새를 맡고는 자두 밥그릇에 자주 입을 대는 겁니다. 자두가 밥을 먹고 있음에도 쑥 하고 주둥이를 디밀곤 합니다. 흠칫 놀라는 자두는 아직은 물거나 공격하지는 않지만....

이러니 자두 밥 먹을 땐 '까망이'를 떼어 놓고 따로 닭가슴살을 주어야 합니다. 아고... 생각지도 않게 고양이,

개 때문에 내가 눈치를 봅니다. 요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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