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두와의 일상

26. 먼 거리 이동이 힘든 자두

by James 아저씨

늙은 자두는...

20251109_204429[1].jpg
20251124_071345[1].jpg
20251112_011347[1].jpg
좌) 밀당하는 자두와 까망이 / 중) 자두가 정성스레 핥아주고/ 우) 자두는 요즘 현관안에서 이렇게 자고

자두는 눈 때문에 눈 전문 병원에 다니느라 한 달에 한번 꼴로 멀리 차를 타고 가야 합니다. 양평에서 수원까지 다녀야 하는데 이번엔 가족들과 외식을 그쪽에서 하기로 했고 식구들이 돌아가며 자두를 맡아 밖에서 산책을 시키며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선... 출발 전 자두를 산책시켜 오줌과 똥을 누게 했고 뒷좌석에 자두가 편히 쉴 개용 카시트를 펴 설치하고 간식과 물을 챙겨...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아침 일찍 떠났습니다.

역시나 30분쯤 가니 자두는 뒷 좌석에서 낑낑거리고 뭐가 불편한지 보채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었다 닫고 몇 번 그래도 자두는 계속 낑낑대서 하는 수 없이 국도변에 세워 자두를 내려 오줌도 뉘고 노즈웤을 시키고 10분쯤 쉬다 출발을 했습니다. 이제 고속도로 구간에 집입하면 아무리 낑낑대도 그냥 가야 합니다. 그렇게 1시간 40분 만에 도착...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약을 받았습니다. 좋아진 게 없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밥에 섞여 먹여야 하는 약은 밥에 타면 자두가 귀신처럼 알고 먹지 않아 제대로 못 먹였고 눈에 넣는 안약 2종류 중 하나는 중간에 잃어버려 못 넣었고 결국 한 가지 안약만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수의사가 하나도 좋아지지 않았다... 해서 다시 약을 타 왔습니다. 이번엔 성공적으로 잘 먹이고 잘 넣을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만 안약 넣어주는 건 하겠지만 먹이는 건 좀... 자신 없습니다. 그래도 해봐야겠죠... 진료를 끝내고 다시 가족들과 합류하여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자두는 조카가 맡아 산책을 시키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두 시간 만에 와 보니 자두가 지쳐있습니다. 자두가 아예 퍼져서 못 걷습니다. 평소 산책은 20분 정도 했고 가끔 자두가 컨디션이 좋을 때 50분 정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2시간을 산책한 적은 최근 들어 없었습니다. 내가 와서 목줄을 잡고 끌어도 못 걷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안아서 차에 태워 카페 앞에 차를 정차해 놓고 카페 밖 데크에서 자두를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평소 같으면 차 안에서 낑낑거리고 내리자고 할 텐데 창문을 열어 놓았음에도 한 번도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고 엎드려만 있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오니 그때야 걷습니다. 아주 힘이 들었나 봅니다. 사실... 자두가 이렇게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자주 데리고 나가고 여행도 가보자... 하는 내 생각에 빨강불이 켜진 겁니다. 반려견과 동반 입장이 되는 펜션이나 캠핑장에도 가보고 댕댕이 공원에도 가보려는데 자두가 오래 걸었더니 못 걷고 퍼진걸 보니... 걱정이 됩니다. 저 큰 애를 안고 다닐 수도 없고 말입니다. 어릴 때 진작에 데리고 다닐걸...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물론 겨울이니 이 겨울을 잘 넘기고 내년 봄 이후에 말입니다.


점점 대범해지는 까망이는...

20251123_112325[1].jpg
20251114_182907[1].jpg
20251114_182945[1].jpg
좌) 첨엔 자두 눈치를 보더니/ 중) 열린 문으로 잽싸게 들어오고/ 우)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
20251121_011447[1].jpg
20251118_182337[1].jpg
20251118_182643[1].jpg
거실에서 여기저기 탐색을 하고 주방 테이블 밑에도 보고

요즘도 자두 때문에 현관문을 조금 열어 놓고 중문도 조금 열어 놓고 삽니다. 이젠 추워져 중문은 닫고 자두가 열어 달라고 징징거릴 때만 열어 놓습니다. 그러던 며칠 전 춥지 않은 날 중문도 열어 놓고 있던 날 까망이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들어오라는 자두는 밖에서 맴돌고 까망이는 자두 눈치를 보더니 쓕...하고 거실로 들어왔습니다. 기가 막힙니다. 자두는 이제야 따라 들어 오려하는데 내가 문을 더 닫아 자두는 못 들어 올 정도로 열어 놓았습니다. 자두는 약이 올라 현관 안, 전실에서 머리만 문으로 디밀어 거실에 있는 까망이에게 안달복달이 났습니다. 까망이는 신기한 듯 거실 여기저기, 주방 여기저기 급기야 주방옆 다용도실과 다용도실에 붙은 창고까지 들락거리며 동태를 살핍니다. 내가 창고 문을 열어 놓고 밖으로 유인하니 거실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다용도실로 다용도 실에서 창고로 창고에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맹랑한 녀석입니다. 사람이 사는 공간까지 스스럼없이 쑤욱 들어와 버린 까망이... 이 녀석은 내 손길도 타는 걸 보니 예전 사람과 함께 살던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일로 길냥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똑같이 생긴 까만 애와 둘이 붙어 다니는 걸 보니 둘이 형제 같기도 하니 길 위에서 태어난 아이들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이 녀석은 자두와 내가 있는 공간까지 왔습니다. 그 똑같이 생긴 또 하나의 까망이 는 요즘 보이지 않고 이렇게 혼자만 와서 간식을 먹고 밥도 먹습니다. 기가 막히게 내 목소리를 들으면 어디 있다 나타나는지 냐옹거리며 간식을 달라고 쫓아다니고 자두와 밀당을 하며 마당에서 놀기도 합니다. 닭가슴살에 맛을 들여 그냥 사료는 먹지 않으려 합니다. 일단 나만 보면 다리사이로 들어와 머릴 비비며 아양을 떨고 간식을 달라고 합니다.

간식을 줄 때까지 그러고 있습니다. 결국 내가 져서 닭가슴살을 줍니다. 그러면 까망이는 마치 맛있는 걸 먹을 때 사람들도 뭐라 뭐라 하듯 냥냥거리며 중얼거리듯 맛있게 먹습니다.


우리 동네 빽구는...

20250514_055556[1].jpg
20251028_072444[1].jpg
20251117_180706[1].jpg
좌) 예전 엄마와 있던 빽구/ 중) 새로 온 흑구와 뒤에 빽구/ 우) 흑구만 있고 빽구는 없고

자두와 산책하다 만난 빽구 모자 이야기는 지난번 이야기에서 썼고 그 후 몇 번 자두와 함께 그 바뀐 애와 빽구에게 간식을 주곤 했는데 며칠 전 가보니 빽구가 안보입니다. 빽구는 벌써 우리가 그쪽으로 방향만 틀어도 멀리서 짖고 난리가 납니다. 빨리 와서 간식 달라고... 그런데 조용해서 가까이 가보니 빽구는 없고 바뀐 그 흑구만 있습니다. 이 흑구는 예전 빽구 엄마처럼 짖거나 하지 않고 겁이 많아 경계만 하는데 내가 간식을 던져 줘도 받아먹지 못합니다. 땅에 떨어진 걸 주워 먹긴 합니다만... 어쨌든 빽구가 안보입니다.

며칠째... 그랬습니다. 아마도 빽구는 어디론가 보내버렸나 봅니다. 아직 어려서 잡혀 먹었을 것 같지는 않았고 어디 팔았는지 빈집만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혼자만 있던 흑구는 자두를 보자 둘이는 언제 봤다고 둘 다 좋아 꼬리를 치며 서로 탐색전을 펼치며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빽구가 안 보이니 걱정이 됩니다만... 여기보다 환경이 좋은 곳으로 가서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시골에서 길가에 묶어 놓고 사는 애가 갑자기 좋은 환경으로 가서 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 데려다 좋은 환경에서 관심받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1

[연재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 자두-1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 자두-2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5화자두와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