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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작가 Apr 11. 2024

귀한 나를 나쁜 것들로 채울 건가요

온작가의 글포옹


작년부터 입안을 가득 채우는 통증과 불쾌한 맛, 느낌들로 꽤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비인후과, 치과, 내과까지 모두 가 봤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수시로 찾아오는 괴로운 증상에 폭풍 검색을 하고 유명한 구강내과를 찾아갔는데요, 그 이름도 낯선 '구강작열감 증후군'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어떤 의학적 소견도 없는데 입안이 화끈거리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내려진다는 진단. 억울하고 어이없게도 아직까진 딱 맞는 약이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신경안정제와 가글, 순한 치약만 처방받고 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이와 저의 감기 증상 진료차 병원에 갔는데요, 최근 그 몹쓸 구강작열감이 더 심해진 것 같아 신경안정제나마 처방을 받기 위해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입 안을 면밀히 보시고는 심각한 얼굴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동안 스트레스 정말 많이 받으셨죠? 심한 구내염이 몇 군데 보이는데 무조건 푹 쉬라는 신호로 생각하면 됩니다. 절대 가볍게 넘기실 일이 아니에요.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라는 것에 대해 늘 인지하시고 틈만 나면 쉬세요"


그렇게 여러 군데의 병원을 도는 동안 한 번도 구내염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최근엔 구내염까지 더해졌나 봐요. 그러니 그렇게 더 고통스러웠던 겁니다.


주사를 맞고 일주일치 약을 한 보따리 받아오면서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고 살았나... 또 10년간 저를 들들들 볶아온 데스크의 얼굴과 말투가 떠올랐지만 그게 제 건강에 더 해가 될 것 같아 얼른 지워버렸어요.  


그래도 최근엔 건강식 잘 챙겨 먹고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집중하고 웬만하면 12시 전에 자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이대로 쭉 가봐야겠죠. 거기다 일주일 2-3번이라도 땀 내는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아 요가 상담도 신청해 놨습니다.

 

같은 팀에서 10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는 후배 작가는 지난주부터 폐렴으로 매우 심하게 아팠다고 하더라고요. 저 외의 작가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전혀 알 길이 없었던 그녀의 소식.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일하고 책 읽고 이런저런 방송들도 모니터 하고 하느라 늘 밤을 꼬박 새우고 빨라야 4-5시쯤 잠자리에 든다고 했던 그녀였어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정말 걱정이 됐고 말려도 봤지만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엔 일을 하기가 힘들고 모두 다 잠든 심야 시간이 돼야 비로소 집중이란 걸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무슨 얘길 더 해 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생활을 10년 가까이, 아니 어쩌면 더 오래 해 왔을 거니 건강을 해친 순간들이 고스란히 쌓여 지금의 몸 상태를 만들었겠지요.


지금 당장 건강에 별 이상이 없다고 절대 자만해선 안된다는 뻔한 말을 매우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우리 몸처럼 정직한 건 없을 거예요. 내가 먹은 음식들, 내가 한 생각들, 나의 하루를 채우는 습관들은 절대 어디 가지 않고 우리 몸 곳곳에 쌓이고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죠.


모두가 정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하나뿐인 귀한 몸에 나쁜 음식, 나쁜 생각, 나쁜 습관들을 들이붓는 일, 이제 꼭 멈추었으면 해요. 뼛속까지 찐 건강으로 가득할 여러분을, 진심 다 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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