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숨겨진 사랑

만담 해담소

by 이음

(국자양)

여긴 덥고 습하고 진짜 힘드네.


(칼군)

난 늘 습하게 일해서 오히려 잘 모르겠는데. 여름이라 그런가?


(국자양)

우리 집 식구들은 국물을 엄청 좋아해서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깐,

국 없인 한 끼도 못 먹어.


(칼군)

국자양이 뜨는 국은 내가 맨날 야채를 썰어줘서 끓이는 거야. 알고 있지?

"허험"


(국자)

그런가? 난 그런 거 몰라도 돼.

가족들이 날 필요로 하는 거 알면 되거든.


(칼군)

이상한 아줌마네, 말이 안 통해.

그나저나 왜 나와서 돌아다녀?


(국자양)

저기, 부탁이 있어.


(칼군)

뭔데?


(국자양)

가끔, 아니 언제 일지 몰라. 그렇지만 할머니가 요리를 하시려고 하실 수가 있어. 그러면 특별히 조심 해줄래?


(칼군)

무슨 조심?


(국자양)

날 처음 가족으로 데리고 오신 분이 할머니야. 며느님 통화 하시는 걸 들었는데 많이 편찮으시다고 들었어. 요즘 걱정이 돼서 잠도 안 와.


(칼군)

그걸 왜 국자 양이 부탁하지? 설마 내가 며느님 하고 들어온 식구라 못 믿는 거야?


(국자양)

칼군은 며느님 하고 들어왔지? 나는 할머님 가장 예쁘실 때 같이 들어왔어. 할머니는 내 친구이자 가족이야. 새댁 시절 날 놓쳐서 놀라고 데기도 많이 했지,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언제나 밥을 하셨거든.


할머니는 요리를 유난히 좋아하셨어. 맛있는 걸 해서 내놓으시곤 본인은 맛봤다며 가족들 먹는 거만 봐도 좋아하셨지. 그런 할머니가 기억을 잃어도 잃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밥 하는 거 아니겠어?


“흐흑..”


암튼 부탁해.

할머니가 다치지 않으시게 칼군이 특별히 기억해 줘.


(칼군)

“흠”

맘이 안 좋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런데 걱정 말아. 할머니가 요리하신다 하시면 내가 알아서 지켜 드리겠지만 나한테까지 오진 않을 테니깐.


(국자양)

그게 무슨 말이야?


(칼군)

며느님 출근하시면 할아버지께서 나와 가위를 둘 다 싱크대 맨 위로 올려놓으시더라고. 왜 그러셨는지 몰라 답답하고 짜증 났었는데 이젠 이유를 알겠네. 할아버지는 이미 다 알고 계셨던 거였어. 할머니가 밥을 하시려다 다치실 수도 있다는 걸.


(국자양)

어머나! 할아버지 젊어서는 밖에만 계셔서 바깥양반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집사람이라고 불러드려야겠네. (호호호)

할아버지가 챙겨주신다니 안심이다. 그럼 칼군은 낮동안 내내 싱크대 위에 올려 있는 거야?


(칼군)

그런 셈이지.

요즘 우린 BTS 칼군무 연습 중이라 시간이 부족해. 가능하면 저녁은 외식 좀 하고 오라고 해줄래? 오디션이 코앞이라 요즘 많이 바쁘거든.



오디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