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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13. 2024

엄마 제 얘길 들어주세요

만담 해풍소

()

어, 시계가 안 가네.


(영선)

시계 약이 없나 보지.


(수)

그런가?


(성훈)

그거 다 수면부족이야.


(현수)

뭐라고?

아 웃겨, 시계가 무슨 수면부족이야.


(성훈)

다 너 따라다니느라 그.

너 수업 끝나고 축구교실 가지, 영어학원, 수학학원, 논술학원에 일별 다른 학원 추가로 가고, 새벽 두세 시까지 숙제하고. 주말에 종일반 학원 따로 이틀가지. 넌 어떻게 사니?


(현수)

말도 마. 주말반 토꼈다. 학원에서 전화 와서 pc방에서 잡어. 집에 가서 엄청 두들겨 맞고, 다시 추가요금내고 학원에서  수업했어.


(영선)

우리 엄마보다 더 심각하네.

난 이해가 안 가는 게 부모들은 왜 우리 생각 안 물어봐?


(성훈)

글쎄. 난 알다시피  '원래 엄마도 계셨고, 집도 어려워서 공부하라는 소리나, 뭐 하고 싶냐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어 봤어'  아빠 나이가 많으시니깐 물어보는 거 자체가 미안하실 거야.


(현수)

우리 엄만 나 낳고 미국 유학 갔다가 나 6학년 졸업할 때 왔어. 그래서 6학년까지 엄마 얼굴 5번도 못 보고 컸어. 우리 엄마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사람이야. 우리 집은 대화가 없어 대화가. 아빠랑 엄마도 대화를 안 하고. 집이 감옥보다 어두워.


(성훈)

와~

그럼 민규 너희 집 무지 잘 사나 보다. 너네 엄마 유학비를 아빠가 다 보내준 거 아냐?


(현수)

아니, 엄청 못살아. 엄마 유학 때문에 재산 다 팔고 대출도 많고 지금 지하방 살아.


(성훈)

그럼 지금 니 학원비는?


(현수)

엄마 아빠 맞벌이하는 거로 거의 내는 거 같아.


(영선)

근데, 너 공부 못하잖아?


(현수)

내가 그게 고민이야. 내가 영어만 잘하지 다른 과목은 기초도 못 따라가잖아. 우리 엄마는 그래도 날 포기 못하는 거야. 유학 보낸다고 엄청 애를 쓰는데.. 이러다 우리 부모님 이혼할 거 같기도 하고. 우리 집에서 엄마를 이길 사람이 없어.


(성훈)

그래도 난 그런 엄마라도 얼굴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 같은 동네 산다는데, 사진도 한 장 없고, 외국인이니 지나쳐도 알아볼 수도 없고.


(영선)

진짜 슬프겠다 대중이도...

우린 이제 중2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냐.

난 엄마가 한 번이라도 나한테 지시 말고 내 생각을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 기계처럼 하루일정을 반복해서 통보하고 '내 성적부터, 대학까지 정해 놓았어. 내가 결혼할 나이까지 벌써 생각해 두셨데. 나는 마치 엄마 아바타 같이 살아'


(성훈)

사랑이 그런 건가 봐. 부족하면 깨진 유리창처럼 찬바람이 계속 들어오고. 넘치면 화산처럼 다 태워 없애는 거. 내가 보기엔 한국인 부모님 아래서 태어나서 사랑받고 챙겨주고 운동시켜 주면 너무 행복할 거 같거든. 근데 너희들을 보면 중간이 없어. 물론 있는 애들도 있겠지. 내 주위 친구들이 다 너희 같은 애들이라는 게 문제지.


(현수)

난 솔직히 엄마가 다시 미국 가셨으면 좋겠어. 난 밥도 편의점에서 혼자 먹고 , 엄마는 집에서 빨래만 하셔. 주말에도 출근하거나, 놀러 가고. 집에 있는 걸 못 봤어.  아빠가 웃는  본 지 오래됐고. 아빠 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죽겠어. 난 엄마 같은 여자 만날까 봐 무서워서 결혼도 안 하려고.


(영선)

세상에 여자들이 다 너네 엄마 같진 않아. 네가 지금 상처가 너무 커서 그런 거야.


(현수)

아니야. 세상에 엄마들 반만 없어져도 세상은 행복할 거야.


(성훈)

엄마 얼굴도 모르는  친구 앞에서 할 소리다 친구야.


(현수)

응, 난 내가 너였으면 좋겠어. 넌 나였으면 좋겠어?

난 하루에 2~3시간 자고도 매일 혼나. 성적 안 나온다고. 이게 친부모 맞아?


(성훈)

어.. 아니. 난 너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영선)

부모들은 알까?

우리가 자기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현수)

아니. 돈으로 해준 거만 기억해.

맨날 말끝마다 말해.


"너한테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내가 너 같은 환경이었으면.."

"내 자식이 이거밖에 안된다는 게.."


이런 말을 매일 듣는 자식 마음에는 칼이 꽂혀. 근데 모르더라. 난 엄마가 날 왜 낳았는지. 엄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낳아서 이력서처럼 쓰려고 하는 게 다 보이거든. 근데 엄마는 다 나 잘 되라고 그러는 거래. 난 그래서 엄마가 더 싫어. 이중인격 같고 솔직하지 못해. 난 엄마의 자격증도 자부심도 되고 싶지 않거든. 내 생각 따윈 알 짤 없으니깐.


(영선)

현수야..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성훈)

그냥. 말 안 들으면 되잖아..


(현수)

그럼 때리셔.


(성훈)

부모를 미워하느니. 그냥 말을 안 듣고 미워하지 마. 네가 엄마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센데 뭐 하러 맞아줘.


(현수)

그래도,

엄마니깐...




작가의 여담~

만담인데요. 오늘은 웃을 일이 없어 죄송합니다. 모든 부모님들이 진심과 사랑으로 잘하고 계신데요. 자칫 선로를 이탈할 때가 있지요. 아이들의 인생도 부모님의 인생과 같이 단 한 번 뿐입니다. 성장기 기억 한 번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해도 무방하지요.

아이들은 늘 부모의 손길을 기다리며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랑의 잣대가 아닌 사랑의 눈빛으로 말해주세요.

백 마디 말보다 기다림이 더 큰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수고가 가정을 지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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