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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Apr 17. 2024

엄마 빵 먹고 싶어요

만담 해풍소

엄마: 오늘 유치원에서 뭐 배웠어?


나: 응. 더하기랑 받아쓰기하고, 벚꽃잎으로 만들기 하기 했어.


엄마: 그랬구나. 우리 나 배고프겠네.

얼른 집에 가서 밥 먹자.


나: 엄마 우리 갈 때 빵 가면 안 돼요?


엄마: 또? 이주 전에도 먹었잖아.


나: 난 밥 보다 빵이 더 좋은데.

엄마 우리 집 돈 없어요?


엄마: 아니, 그게 아니라. 요즘 빵 값이 너무 올라서 말이야. 영양가도 없는걸 굳이 고값 보다 비싸게 사 먹을 가격은 아니지.


나: 다른 애들은 빵 라고 안 해도 매일 집에 빵이 있다는데.


엄마: 그래?

그럼 우리도 한 달에 두 번은 먹자.

오늘 갈까?


나: 네, 좋아요. 엄마 최고!


점원: 어서 오세요.


엄마: 식빵하나 사고, 지나 좋아하는 초코빵하나 사자. 자 이제 됐지?


나: ...


엄마: 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 엄마 식빵은 아빠 엄마가 드시고, 저 사실 초코빵 별로 안 좋아해요.


엄마: 어머.(당황)


다른 손님: 너 먹고 싶은 거 골라와.


다른 아이: 응.


나: ....... 바라보며


엄마: 지나도 초코빵 대신 먹고 싶은 거 하나 골라와.


나: 네. 이모 슈크림빵 어딨어요?


점원: 애기야 너는 슈크림빵 제일 좋아해?(속삭이며)


나: 아뇨. 치즈케이크요.(더 작게 속삭이며)


점원: 근데 왜 슈크림빵 사려고?


나: 그건..


점원: 알겠어. 이게 슈크림빵이야.


나: 네. 감사합니다.


엄마: 계산해 주세요.

이건 포인트 할인해 주시고요. 이 카드는 포인트 적립해 주시고요.


점원: 포인트할인해서 8,600원 나습니다.

손님 적립 포인트사에서 이벤트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지금 당첨되셨거든요. 사은품으로 치즈케이크 드리고 있는데 초도 필요하시면 같이 포장해 드릴까요?


엄마: 어머? 정말요?

초는 필요 없어요. 오늘 이벤트 하는 날인지도 모르고 왔는데, 잘 왔네요. 저 그럼 치즈케이크 생겼으니깐, 식빵은 환불할게요. 슈크림빵 하나만 주시겠어요.


나: .......


점원: (아에게 윙크하며) 네, 고객님 카드 한번 다시 주시겠어요. 적립, 할인 포인트 카드들도요.


엄마: 네. 여기요.


나: 엄마 아까 식빵은 왜 안 샀어요. 아빠가 좋아하는데.


엄마: 응. 빵은 안 먹어도 살지만 밥은 안 먹으면 못 살잖아. 그 돈으로 콩나물 두 봉지 사는 게 국도 끓이고, 반찬도 하고 나으니깐.


나: 네..


작가의 말: 빵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고물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근심이 밝게 자라나야 할 아이들의 웃음을 지우고 있습니다.

정말 지나에게 필요한 게 빵일까요? 엄마의 웃는 얼굴일까요. 알면서도 해줄 수 없는 부모님의 심정과, 결핍으로 인해 너무 빨리 성숙해지는 지나의 모습을 담아 봤습니다.

지나와 지나어머님의 뒷모습이 가벼워지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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