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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May 09. 2024

길모퉁이를 돌기 전의 우리에게

이 길모퉁이를 돌면 강풍이 불어닥칠까

이 길모퉁이를 돌면 달려오는 자전거에 부딪힐까

이 길모퉁이를 돌면 낯선 두려움이 서 있을까


옷을 여며 나서지 못하고

고개를 내밀어 살피지 못하고

두려움의 무게에 걸음을 내려놓아 버립니


단 한 걸음의 용기를 낸다면

지친 더위에 시원한 바람을 만날 수도

잘 지내고 있을까 그리웠던 이를 마주칠 수도

존재하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노을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강풍을 만났던 우리도

상처 입기도 했던 우리도

아직 두려운 우리도

길모퉁이를 돌기 전에 숨을 고르며

또 다른 길모퉁이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을 우리를 떠올립니다


그럴 수 있다면

서로를 떠올릴 수 있다면

길모퉁이를 돌아 용기를 낸 서로를 만날 것입니다






저 모퉁이 뒤에 멈춰있는 우리가 보이시나요?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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