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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이 Jun 14. 2024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김씨

자영업자와 박사는 썩 잘 어울리는 말은 아니다. 자영업자는 생업의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박사는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영업과 박사 학위, 이 두 가지 일은 한 사람의 온전하고 충실한 시간을 필요로 함에 틀림없다. 사장님이든 대학원생이든 신경을 오로지 한 곳에만 쏟아도 성과는 나올까 말까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고된 두 가지 일에 겁도 없이 동시에 도전한 사람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나, 홀린 듯이 두 가지 일을 병행하게 된 김씨이다. 벌려 놓은 일들로 주 6일을 출근하는 박사연습생 김씨는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할까? 


갓생의 유혹

갓생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 하루 온종일 일과 공부만 해야 하는 박사 연습생 김씨. 김씨가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우선순위에 따라 할 일 목록 작성하기

박사공부와 일까지 모두 다 해내려면 우선순위 작성은 필수이다. 각각의 할 일은 저마다의 마감기한이 있으므로 긴박한 일 중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끝낸 후 오래 걸리는 일에 돌입하는 편이다. 특히 연구는 10분, 20분을 들인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기에 세부 계획을 세워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려고 노력한다.


2. 시간 단위로 할 일 배정하기

장황한 할 일 목록을 세워두어도 그저 목록으로 적어두기만 하면 소요 시간이 가시화되지 않아 일을 끝내지 못할 때도 많았다. 요즘은 시간 단위로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려 한다. 완료하지 못했을 때 오는 자괴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시간은 여유를 두고 설정하려 노력한다.

3.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인정하기

할 일은 끝이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벌인 일이니 내가 책임지자는 마음으로 매일매일을 살아내고 있다. 박사 공부와 자영업, 모두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사람이 없다. 그러니 다른 선택지는 없음을 인정하고 그냥 한다.


4. 주말 없애기

주 6일을 출근하면 연구할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다. 일하지 않는 일요일에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늘어지는 주말은 없어진 지 오래고, 가끔 쪽잠을 자며 공부한다.


5. 보상주기

그렇다고 정말 쉴 틈을 하나도 주지 않고 일과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식사 시간을 활용해 남편과 잠깐의 데이트를 하며 나에게 보상을 준다. 쿨쿨 자는 고양이를 보며 대리만족 하기도 한다.


골똘히 생각해 봐도 특별히 시간 관리를 위해 무언가를 더 해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남들이 하지 않는 대단한 비법 같은 것도 없다. 그저 휴식을 위해 허락된 시간의 대부분까지 모조리 쏟고 있을 뿐이다.


자신이 벌인 일을 자신이 책임지는 것. 김씨는 그것 말곤 도리가 없다. 갓생이라는 빛나는 포장지 안엔 그저 피곤한 김씨가 있을 뿐이다. “갓생”이란 덫은 참 위험하다.


해야 할 일은 끝나는 법이 없고, 내일의 안녕을 위해 오늘을 사는 김씨. 그는 하루살이처럼 그저 또 해야 할 일을 한다. 김씨에게도 내일의 안녕이 정말로 찾아오길. 김씨가 기다리는 것이 고도(Godot)는 아니기를, 형벌을 받는 시지프가 아닌 행복한 시지프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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