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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이 Jun 20. 2024

구덩이에 빠졌다면 빠져나오면 될 일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영화 <메기>의 윤영이 보고 있는 쪽지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에 꼼짝달싹 못하고 갇혀 있는 이가 곱씹어 보면 좋을 말이 적혀있다. 대학원 과제가 코 앞으로 닥쳐 겨우 짬을 내 공부를 하는 와중 윤영의 쪽지가 머릿속을 맴돈다.


4월의 꽃말이 중간고사이듯 6월의 꽃말은 기말고사이다. 입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나는 학생들의 시험기간과 대학원 과제가 겹쳐 말 그대로 사면초가, 진퇴양난, 진퇴유곡의 상황이다. 학생들의 자료와 수업, 대학원 페이퍼 써내기를 일주일 안에 모두 완료해야 하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미룰 곳도 없는 처지에 빠졌다.


그러나 윤영의 쪽지처럼,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다면 그곳에서 빠져나오면 그만이다. 박사연습생이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눈앞의 과제를 해내는 것이다. 이번 글은 눈앞의 과제를 어떤 내용으로 전개할 것인지에 대해 간략히 써보는 일지 형식의 간단한 글이다.


1. 줄리아 크리스테바

줄리아 크리스테바에게는 이때까지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하였는데, 이번 학기 드라마 수업에서 여러 작품을 읽으며 그의 아브젝시옹 개념을 연결시켜 논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크리스테바의 이론은 나의 다른 작업과도 접목하기 좋을 듯하여 공부 중에 있다.


2. 모비딕과 들뢰즈

비평 수업에서 다뤘던 작품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모비딕이다. 선장 에이해브가 모비딕과 서로 얽혀 죽게 되는 마지막 장면을 들뢰즈의 ’되기‘(becoming)과 연결시켜 페이퍼를 써보려 한다. 교수님의 저서에 이미 상세히 기술되어 있기에 들뢰즈와 교수님의 이론을 소화해 나의 언어로 바꾸어 내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다.


과제 하나에 도움닫기 하나씩. 박사연습생 김씨가 마감기한이 다음 주인 두 페이퍼를 마치고, 무사히 구덩이에서 뛰쳐나올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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