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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Feb 11. 2021

댁의 냉장고 안녕하신가요?

냉장고 파먹기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있어요

 얼마 전 중국에서 냉동실에 1년간 보관이 되어있던 음식을 먹고 일가족 7명이 식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는 음식이 상할 거라고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었다.

나 또한 냉장고가 냉장고가 아닌 냉'창고'(음식을 보관하는 창고)로 변한 지 이미 오래되었기에 이 뉴스를 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단순히 음식을 저장, 보관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냉장고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가다니...


 우리 집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들 (일반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중 제일 처치곤란인 쓰레기는 단연 음식물 쓰레기이다.

특히나 더운 여름에는 집 안에 음식물 쓰레기를 하루만 두어도 냄새가 나고 날파리가 날아다니며 혹여 누가 음식물 쓰레기 물기를 잘 제거하지 않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기라도 하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한 악취가 났으며 아파트 외부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내 카드를 갖다 대면 쓰레기통 문이 열리면서 나는 온갖 악취와 날아다니는 파리들까지...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서 나오는 침출수는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지독한 악취 때문에 처리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건강이 많이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버리기도 번거롭고 처리하기는 더 번거로운 음식물 쓰레기를 우리 집부터 당장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결심을 했다.


 우리 집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정체모를 검은 비닐봉지들과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이 아슬아슬하게 쌓아놓은 냉동실의 음식물들로 내 마음은 답답해졌다. (냉동실 문을 열 때 몇 번이나 냉동실에 있는 단단한 음식물이 떨어져서 발을 찧을 뻔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냉장고에 음식이 가득 차서인지 냉장고 안에 냉기가 전혀 돌지 않아 냉장고 수리기사님까지 부를 지경이었다. 그래서 냉장고 속의 음식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이 쓰는 냉장고는 결혼할 때 선물로 받은 806리터 대형 냉장고이다.

오른쪽이 냉장실, 왼쪽이 냉동실이고 냉장고가 안으로 깊은 구조이다 보니 창고형 대형 할인점이라도 다녀온 날에는 장을 봐온 재료들을 꾸역꾸역 안으로 안으로 밀어 넣기 바빴던 것 같다.

많이 부끄럽지만 과거 우리 집 냉장고 사진을 공개하겠다. (냉장고가 음식들로 빼곡히 가득 차 있으니 너무 놀라지 않으시길 바라고 심신미약자나 어린이들은 안 보는 것이 좋겠다.)

예전 냉장실 사진
예전 냉동실 사진

 사진을 보니 냉장실 제일 윗 칸은 비누를 만들 재료들로 가득 차 있고 창고형 대형할인점에 가서 사 온 스파게티 소스 3병과 국거리용, 볶음용, 구이용 고기 3팩, 방울토마토도 한 상자를 사서 2 봉지에 소분해 둔 것 같다. 결국 스파게티 소스 1병 정도는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렸던 것 같다.


 2016년도에 이사를 오고 나서 우연히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게 되어서 집밥과 냉장고 파먹기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대형마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나들이하듯이 장 보러 가는 게 일상이었기에 내 바람처럼 깨끗하게 냉장고를 비우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그러다가 우연히 미니멀 키친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현대사회의 거대해진 냉장고에 관한 책으로 한 3인 가족이 냉장고 정리도 할 겸 식비도 줄일 겸 해서 완전 냉장고 파먹기 실험에 참가했다.

완전 냉장고 파먹기란 장을 전혀 보지 않고 냉장고 속의 식재료들과 상온에 보관되어 있는 재료들로만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족은 40일가량 냉장고 파먹기를 해서 식비를  60만 원 정도 절약을 했냉장고도 깨끗해졌으며 더불어 앞으로 장 볼 때에도 필요한 식재료만 그때그때 사서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미니멀 키친 책을 읽고 나만의 냉장고 파먹기 실험에 도전해 보았다. 실험 기간은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 집에 성장하는 어린아이들이 있어서 냉장고 파먹기 실험을 하는 동안 계란과 우유, 야채들을 완전히 100% 구입을 안 할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구입은 뒤로 미루고 집에 있는 식재료들도 음식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다. 냉파 기간에도 친정엄마가 식재료를 주시거나 주변에서 얻게 되는 식재료들이 의외로 많아서 냉장고 파먹기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냉파 요리 1
냉파 요리 2
냉파 후 냉장실 사진

 냉장고 파먹기를 26일 정도 진행을 했고 식비도 적어도 40만 원 정도는 절감을 한 것 같다.

처음에는 냉장고에 신선한 식재료들이 많이 있었으니 냉장고 파먹기가 수월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먹을 수 있는 재료가 거의 비슷했기에 가족들이 똑같은 음식을 여러 번 먹는데 조금 힘들어했었다. 하지만 우리 집 냉장고가 이렇게 냉기가 잘 도는 것은 결혼 후 8년 만에 처음인 것 같고 냉장고 깊숙이 안 쪽있는 조명이 냉장고 속을 훤히 비춰줘서 기분이 좋았다.

냉장고 파먹기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장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첫째는 식비가 많이 절약이 된다.

냉파 기간 동안은 상온 보관 재료와 냉장실, 냉동실에 있는 재료만으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식비가 거의 안 들었다.


째는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외식을 잘 안 하게 되니 불필요한 재활용 쓰레기가 많이 안 나온다.

냉파 기간 동안은 배달음식이나 외식을 거의 안 하려고 노력을 했어다. 그 결과 매주 일요일에 분리 배출해야 할 재활용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셋째는 음식물 쓰레기가 적게 나온다.

냉장실과 냉동실, 상온 보관 중인 식재료의 상태와 보관 가능한 날짜를 체크하며 요리를 하다 보니 깜빡하고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상해서 버리는 식재료가 거의 없어서 음식물 쓰레기가 적게 나왔다.


넷째는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집밥을 만들 때 조미료를 안 쓰고 집에서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아이들과 먹기 좋게 음식도 싱겁 만들다 보니 건강은 덤으로 챙길 수 있었다.


다섯째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예전에는 냉장고 속이 음식물로 가득 차서 냉기가 돌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떨어졌었는데 냉파 후에는 냉장고 속의 식재료가 자주 소비되다 보니 냉기도 잘 돌고 에너지 효율도 높아져서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냉장고 파먹기의 장점은 이처럼 1석 5조 인 것 같다.


 사실 신혼 초에는 남편과 내가 먹고 싶은 요리 위주로 음식을 해 먹었었다. 요리 초보다 보니 레시피에 나와 있는 식재료와 소스 하나라도 빠지만 그 맛이 안 날 것 같아 온갖 재료들을 다 장만하다 보니 낭비도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먹고 싶은 요리가 아닌 냉장고 속의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편이다. 예를 들어 집에 감자가 있다면 감자전. 감자채 볶음. 계란 감자국. 카레. 부침개. 황태 감자국. 감자조림 등을 만드는 것이다.


왠지 멀게 만 느껴지는 환경보호.

오늘부터 집에 있는 식재료로 하루 한 끼라도 간단하게 집밥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다면 내 몸 건강도 챙기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어 우리의 소중한 하나뿐인 지구도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오늘 한 끼. 냉장고 속의 재료로 간단하게 집밥을 해서 가족들과 맛있게 드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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