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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Feb 25. 2021

내 몸과 지구를 살리는 샴푸바

샴푸바와 린스바로 머리 감아보기 도전!

 나는 어려서부터 엄마의 머리숱을 닮아서 머리숱도 많고 반곱슬이어서 불행히도 내 별명은 미래 소년 코난의 포비였다.

미래  소년 코난의 포비

 머리숱이 적당하면 예쁘게 파마도 하고 보기에도 좋고 관리하기에도 좋으련만 많아도 너무 많고 머리도 반곱슬이어서 나는 늘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가서 매직 시술을 받아 머리를 쫙쫙 펴곤 했었다. 머리숱이 많아서 미용실에 갈 때마다 서비스를 편하게 받기보다는 늘 미용사들이 내 머리를 펴느라 팔이 아프지는 않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보통 미용실에서는 기장 추가는 있어도 숱 추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에 큰 아이를 낳기 전에 천연 비누를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만든 순한 세탁비누로 아이의 옷을 세탁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연 비누에 관한 책도 여러 권 보고 영상도 찾아보면서 세탁비누, 샴푸바, 천연 비누 등을 독학으로 만들었다. 드디어 샴푸바가 저온숙성이 끝나서 내가 만든 어성초 샴푸바로 난생처음 머리를 감아보았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내 머리는 마치 미스코리아의 머리처럼 붕 뜨고 뻣뻣하고 기름기까지 잔뜩 껴서 그 후로 한 두 번 정도 샴푸바로 머리를 감고는 결국 포기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천연 샴푸바를 다시 써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경피독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경피독은 샴푸나 세제 등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 속의 유해한 물질이 피부를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보통 입으로 흡수하는 경구독은 인체 내에서 간이나 여러 장기들에 의해서 90% 정도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데 반해 피부로 흡수된 경피독은 체외로 10% 정도밖에 배출이 안되고 체내에 축적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경피독은 흡수될 때 통증이나 자극이 거의 없어서 알아차리기 힘들고 체내에 축적이 되면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몸속의 경피독을 줄이고 싶어서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진 샴푸바를 다시 한번 사용해 볼까?' 했었다.

그러던 중 작년 말에 도봉 환경교실에서 열리는 그린 T 프로그램에 아이들과 참여해서 샴푸바 DIY 키트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샴푸바를 만들 때에는 여러 오일들과 가성소다, 에센셜 오일을 섞어서 만들어서 만드는 과정도 복잡했고 사용감도 좋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받은 샴푸바 키트는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매우 쉬워 보여서 바로 만들어 보았다. 샴푸바 DIY 키트 안에 다음과 같은 재료가 들어있었다.


재료: 코코솝 누들 100g, 편백 가루 1g, 애플 워시 천연 계면활성제 10g, 아로마 오일 1g

코코솝 누들로 내가 직접 만든 샴푸바(왼)/도봉환경교실에서 받은 완제품 샴푸바(오)

  코코솝 누들은 마치 마른국수를 잘게 잘라 놓은 것처럼 생겼고 100% 코코넛 오일에서 유래된 음이온 계면활성제였다. 여기에 천연 항균물질인 편백 가루와 사과에서 유래한 애플 워시 계면활성제와 아로마 오일을 소량 섞어서 손으로 조물조물하다가 둥글게 뭉치면 샴푸바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만드는 방법도 매우 간단했고 머리를 감았을 때 생각보다 거품도 잘 나고 세정력도 좋아서 머리를 감고 개운했었다.


사용감이 괜찮아 더 만들어 볼까 싶어서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천연화장품 재료를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위의 재료들을 팔고 있었다. 환경교실에서 주신 것처럼 1회분 양을 만들 수 있는 샴푸바 DIY 키트를 팔면 좋을 텐데 재료를 각각 대량으로 구입을 해야 해서 구매하는 게 조금은 망설여졌다.


 위에서 만든 샴푸바를 온 가족이 같이 쓰다 보니 금세 다 써서 이번에는 동구밭 샴푸바와 린스바를 구입해 보았다. 동구밭 제품은 이미 설거지 비누를 사서 구입해 본 적이 있기에 믿음이 가서 주문을 해 보았다. 나는 중건성 모발이어서 중건성용(연두색)을 주문했고 남편은 지성 모발이어서 지성용(노란색)과 쿨링용(파란색)을 그리고 샴푸바만 쓰면 혹시나 머리가 뻣뻣할까 봐 린스바(하늘색)를 같이 주문을 해서 써 보았다.

동구밭 샴푸바와 린스바

 동구밭 샴푸바와 린스바는 천연 비누답게 종이 상자에 비닐포장이 없이 비누만 담겨 있었다. 포장쓰레기가 최소로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샴푸바는 거품망에 넣고 거품을 내어 그 거품으로 머리를 감는 것이 좋다고 설명이 적혀 있어서 집에 있는 거품망에 넣어서 사용을 해 보았다.

내 머리숱이 많아 여러 번 문질러야 했지만 생각보다 거품도 잘 났고 머리를 감았을 때 세정력도 괜찮아 개운했었다.


 그리고 샴푸바로만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뻣뻣해질 것 같아서 린스바도 써 보았다. 린스바는 거품망에 넣지 않고 모발 끝에만 쓱쓱 문질러서 쓰면 된다고 쓰여있길래 그렇게 써보았는데 시중에 파는 액상 형태의 린스와 똑같은 느낌이어서 깜짝 놀랐다. 린스바를 머리에 바르고 양치질을 하고 헹궜더니 마치 트리트먼트를 쓴 것처럼 머리가 부드러워서 놀라웠다. 내가 그동안 샴푸바와 린스바를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샴푸바와 린스바를 욕실에 두었더니 색이 알록달록해서인지 아이들이 예쁘다고 좋아했고 천연 에센셜 오일의 은은한 향이 욕실에 가득 퍼져서 남편이 화장실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며 특히 좋아했다.


 어제 머리를 감았는데 오늘까지 머리가 전혀 기름지지 않아 느낌이 괜찮았다.

샴푸바와 린스바 모두 100g 용량에 각각 9,500원에 구입을 했다. 지금까지 다른 브랜드의 샴푸바를 사서 써 본 적이 없어서 동구밭 샴푸바와 린스바가 가격이 괜찮은 편인지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 상에 있는 다른 분들의 후기를 보면 샴푸바가 작아 보여도 액상 형태의 샴푸와 사용기한이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내가 머리숱이 많고 아이들과 샴푸바를 같이 쓰다 보니 샴푸바 한 장을 얼마의 기간 동안 쓰는지 앞으로 지켜봐야겠다.


 샴푸바로 머리를 감은 날. 손을 닦는 비누를 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짠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대중목욕탕에 가면 샴푸로는 머리를 감고 손과 발. 얼굴. 온몸을 비누 하나로만 씻었었는데 요즘에는 손은 일본에서 넘어온 거품이 풍성한 손 세정제로 씻고 얼굴은 폼 클렌징으로 씻고 몸은 바디워시로 씻으니 사실 어느 가정이나 예전에 비해서 욕실에서 비누를 쓸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날은 샴푸바로 머리를 감은 김에 오랜만에 비누칠을 해서 얼굴과 손. 온몸을 구석구석 씻어보았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굳이 샴푸. 폼 클렌징. 바디워시. 손 세정제. 발 세정제가 욕실에서 정말 다 필요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욕실도 샴푸바와 린스바. 손 비누만 두고 씻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코로나로 집에만 있어 화장을 전혀 하지 않기에 폼 클렌징은 안 쓰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물로만 머리를 감는 노푸(No Shampoo)까지는 자신이 없지만 언젠가 노푸 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꾸준히 샴푸바와 린스바로 노력을 해 봐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다 세상에 더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


 *위에 나와있는 샴푸바와 린스바는 제가 직접 사서 써보고 남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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