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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Feb 24. 2021

나무 칫솔 써 보셨어요?

대나무 칫솔로 양치질하고 있어요.

 나는 어렸을 때는 칫솔과는 참으로 먼 사이였다.

부모님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야채 과일 가게를 운영하셔서 1년 365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셔서 엄마는 늘 잠자기 전에 ''OO아, 양치했어?''라고 물어보시곤 했었다.

양치질이 너~~무 귀찮아서 하기 싫은 나는 ''했어요''라고 거짓말을 하고는 재빨리 이불을 덮어쓰며 잠이 들곤 했었다. 불행히도 나는 우리 동네 뽑기 왕이었다.


 매일같이 엄마한테 백 원만 달라고 애원을 해서 매일같이 내가 좋아하는 뽑기를 사 먹곤 했었다. 달짝지근하고 하트 모양의 뽑기를 이로 살살 깨물어가며 뽑을 때의 그 스릴은... 그 어디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성취감을 나는 어린 나이에 뽑기 왕이 되면서 느꼈었다. 그러다 보니 어린 나이에 설탕이 잔뜩 들어간 뽑기를 매일같이 먹었지 양치질은 귀찮아 대충 하거나 안 해서 결국 나는 충치 왕이 되어서 놀이터보다는 치과를 더 자주 갔던 아픈 기억이 다. 충치치료가 이렇게 아픈 줄 알았으면 그때 양치질을 좀 잘할 걸... 후회해도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다.

뒤늦게 반성을 한 내가 열심히 양치질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워낙 이가 많이 썩은지라 커서도 나는 주기적으로 충치치료를 받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칫솔모가 이를 3개 정도 덮을 정도로 아주 크고 거친 칫솔밖에 없었다. 하지만 칫솔모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진화해갔다. 칫솔 헤드만 교체가 가능한 칫솔이 나와 칫솔 쓰레기를 줄여볼까 싶어 사용해 보았지만 양치질을 할 때마다 칫솔 헤드가 입 안에서 덜렁 덜렁대며 빠질 것 같아 조마조마하며 양치질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끝이 가늘고 부드러운 미세모 칫솔이 나와 내가 이와 잇몸이 약한지라 미세모 칫솔을 지금까지 쭉 사용하고 있다.


 또한 칫솔은 한두 개씩 사두지 않고 손님이 오실 때를 대비해서 주로 패키지 형태로 구입을 해두어서 집에는 항상 여유분의 칫솔이 넘쳐났다. 그러다가 제로 웨이스트를 알게 되면서 이 플라스틱 칫솔들이 처치곤란이 되었다. 친환경 칫솔을 구입하겠다고 멀쩡한 새 칫솔들을 버릴 수는 없기에 주방처럼 빠른 친환경적인 변화를 욕실에서는 가져올 수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연말에 도봉 환경교실에서 열린 그린 T 환경 프로그램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를 해서 대나무 칫솔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난생처음 대나무로 만들어진 칫솔을 사용해 볼 기회를 얻었다.


 내가 사용을 해보기 전에 이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했던 분이 대나무 칫솔을 사용했다가 입 안이 헐었다는 소식을 먼저 접하게 되어서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기 전부터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대나무 칫솔을 처음 사용했을 때 칫솔이 플라스틱 칫솔보다 너무 가벼워서 놀라웠다. 그리고 나무 손잡이를 만지는 느낌도 참 좋았다. (현대사회를 살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나무를 직접 만질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다.)

입 속에 았을 때는 플라스틱 칫솔에 비해 조금은 거칠고 이물감이 살짝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정도 사용하자 이러한 느낌에 적응해 갔고 이제는 하루에 세 번 양치질을 할 때마다 나무를 만지는 느낌이 부드럽고 은은한 나무향이 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나와 남편의 칫솔 교체주기는 보통 2개월이므로 일 년이면 12개 정도의 플라스틱 칫솔을 쓰레기로 버렸었다. 칫솔을 버릴 때마다 플라스틱 칫솔이 썩는데 10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버릴 때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양치질을 하다가 칫솔을 잘근잘근 깨무는 습관이 있어서 아이들의 칫솔들은 1개월 정도 사용하고 나면 칫솔모가 벌어져서 버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두 아이가 일 년에 버리는 칫솔만 약 24개. 우리 가족이 4명이니 일 년이면 약 40개 가까운 칫솔을 쓰레기로 버리곤 하였다. 칫솔은 나일론 모와 고무. 여러 가지 재질들이 덧대어져 있어 재활용이 되지 않아 일반쓰레기로 버릴 때마다 참 난감했었다.


 아이들이 플라스틱 칫솔을 잘근잘근 깨물 때마다 몸속에 혹여나 미세 플라스틱 성분이 들어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칫솔도 대나무 칫솔로 교체해주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칫솔을 깨물어도 안심이 되고 버릴 때도 대나무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어 플라스틱 칫솔보다는 자연에서 분해되는 속도도 빠르고 미세 플라스틱도 발생하지 않고 소각이나 매립을 해도 플라스틱 칫솔에 비해 유해물질이 덜 나올 것 같아 아주 만족해하며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다년생 풀에 속해서 하루에 30cm에서 1m 정도로 자라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어도 환경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더욱 안심이었다.

내가 구입한 대나무 칫솔 어른용(앞). 아이용(뒤)

 그런데 내가 구입한 아이들의 칫솔은 알고 보니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아이용 칫솔이 한 개당 1100원 정도로 부담이 없는 가격이어서 구입을 했었는데 이 칫솔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져서 국내로 수입이 된다고 생각하니 칫솔의 판매가는 저렴하지만 이 칫솔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이 되면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닥터 노아 칫솔과 스테인리스 혀 클리너

 안 그래도 아이들의 칫솔이 다 떨어져서 다시 주문을 해야 해서 이번에는 국내에서 생산이 되는 닥터 노아 칫솔을 구입해 보았다. 치과의사가 만든 제품이어서인지 더 믿음이 갔고 국내 생산제품이므로 중국산에 비해 탄소발자국이 적을 것 같아 구입을 하게 되었다.


칫솔 한 개당 가격은 어른용은 할인을 해서 2,800원이었고 아이용은 2,400원이었다. 플라스틱 칫솔과 비교해서 특히나 아이용 칫솔은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아서 한 번 구입을 해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어른용은 일반 플라스틱 칫솔에 비해 대나무 칫솔이 좀 더 비싸지만 아이용은 그전에 사용하던 칫솔도 2000원 대여서 아이용도 대나무 칫솔을 같이 구입을 해 보았다.)


 닥터 노아 칫솔은 친환경 칫솔답게 종이 상자에만 포장이 되어 있었으며 칫솔 대가 식용 등급의 오일로 코팅이 되어 있어서 기존에 내가 사용하던 대나무 칫솔보다는 촉감이 더 부드러웠고 습기가 많은 욕실에 두었을 때에도 곰팡이가 방지될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기존에 사용하던 대나무 칫솔은 오일 코팅이 되어 있지 않아 손잡이 끝 부분에 곰팡이 방지를 위해서 양초를 문지르거나 칫솔대를 칫솔 걸이에 걸어 바짝 건조하는 방법을 쓰곤 했었다.


하지만 대나무 칫솔도 아직까지는 칫솔모가 나일론 모로 만들어져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닥터 노아 측에서도 좀 더 친환경적인 칫솔모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 칫솔은 칫솔모가 하얀색, 하늘색, 분홍색, 투명색 네 가지여서 고르는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품절이어서 투명색만 선택이 가능했었다.

그리고 아이 칫솔은 아이들의 이름을 각인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문의해보니 아이들 칫솔은 현재 각인은 되지 않고 어른용 칫솔의 경우 50개 이상을 주문하면 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이번에 대나무 칫솔 관련 글을 쓰다 보니 작년 8월에 순천시에서 진행했던 캠페인을 알게 되었다. 순천시에서는 사용한 플라스틱 칫솔을 순천 YMCA나 행정복지센터로 가져오면 닥터 노아 대나무 칫솔로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한 달간 벌였었다. 아직 대나무 칫솔에 대해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이런 캠페인을 통해 플라스틱 칫솔을 대체할만한 대나무 칫솔이 있다고 알리는 것은 참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순천시 칫솔교환 캠페인
오랄비 블루 우체통 캠페인(강동구)

 그리고 강동구에서는 칫솔 브랜드인 오랄비와 함께 블루 우체통 캠페인을 벌여 소비자들이 다 쓴 칫솔을 블루 우체통에 넣어 기부하면 이를 재활용해서 줄넘기와 예쁜 플라스틱 화분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작년에는 폐칫솔을 재활용한 줄넘기 350개를 서울 용답초등학교 전교생에게 전달하는 의미 있는 행사도 진행이 되었었다. 쓰레기로 버려질 칫솔을 모아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니 이러한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칫솔 쓰레기가 줄어들면 좋겠다.

닥터 노아 치약

 그리고 칫솔을 주문하는 김에 닥터 노아에서 나오는 치약과 혀 클리너도 함께 주문을 해서 사용해 보았다. 예전에 닥터 노아 치약을 선물로 받아서 사용해 본 적이 있는데 치약을 만드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성분만을 넣어서 만든 치약답게 양치질 후에도 텁텁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았고 양치질 후에 음식을 먹어도 음식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 닥터 노아 치약 포장을 봤을 때는 '뭐가 잘못 왔나?' 싶었다. 치약 튜브에 검은 매직으로 줄을 그어둔 것처럼 표시가 되어서이다. 자세히 보니 치약에 안 좋은 성분은 빼고 꼭 필요한 13가지 성분만을 넣었다는 뜻에서 이렇게 디자인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일반 치약들이 전성분이 공개되지 않고 치약만 종이 상자에 담겨 있는 것과는 달리 닥터 노아 치약은 치약 상자 속에 전성분에 관한 안내문도 같이 동봉되어 있어서 더 믿음이 갔다.


닥터 노아 치아 전성분

-천연소금

-소듐코코일글루타메이트(코코넛 오일에서 추출한 천연 유래 계면활성제)

-덴탈타입실리카(모래에서 유래된 균일한 입자의 고급 연마제)

-D-소르비톨액, 나트륨 PCA 액(두 성분 모두 식물 과즙에서 추출한 천연 유래 습윤제로 치약이 건조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함수규산(모래에서 유래되어 점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CMC(나무에서 유래되어 치약 내 구성 성분이 흩어지는 것을 막는 결합제 역할을 한다.)

-자일리톨(천연 감미제)

-스테비아(식물: 천연 감미제)

-천연 스피아민트(천연향료)

-페퍼민트(천연향료)

-불소(충치예방효과)

-정제수

총 13가지 성분이 들어있었다.

전성분을 보니 처음 듣는 성분도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코코넛과 모래, 식물 등에서 추출한 성분인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단 이 치약이 좋은 성분이 들어가서인지 치약 120g에 가격이 세일을 해서 7,680원(정가: 12,800원)이어서 일반 치약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다는 점이 아쉬웠다.


 예전에는 치약이 충치예방을 해준다고 생각해서 치약을 듬뿍 짜서 양치질을 하던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치약을 많이 짜서 양치질을 하다 보니 조금만 닦아도 거품이 너무 많아져 오히려 양치질을 대충 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치약이 없이 칫솔질만 잘해도 충치예방이 된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양치질을 할 때에 먼저 칫솔로 이를 꼼꼼히 구석구석 잘 닦아준 후 콩알만큼의 치약을 짜서 다시 한번 양치질을 하는 습관으로 바꾸자 더 개운했다.


 예전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혀클리너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오래 사용하다 보니 미세 플라스틱이 걱정이 되어서 이번에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혀 클리너를 구입해 사용해 보았다. 생각보다 크기가 컸고 손에 잡았을 때 스테인리스여서인지 그립감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혀가 깨끗하게 잘 닦여서 좋았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재질이어서 관리만 잘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치약은 온 가족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생각보다 자주 교체하는 것 같다. 매번 치약 튜브 용기가 쓰레기로 나올 때마다 또 환경오염을 시키는 것 같아 튜브 용기를 잘라서 안쪽에 있는 치약까지 쓰려고 노력을 했었다. 요즘에는 치약이 주방세제처럼 펌프형 용기에도 담겨서 나오니 재활용이 더욱 어려워지게 포장재가 바뀐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치약이 액상 형태다 보니 튜브나 펌프형 용기에 담겼겠지만 '이러한 포장 용기에 대한 다른 대안은 없을까? 혹시 종이 튜브 형태로 만들어질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집에 있는 치약을 다 쓰고 나면 언젠가 제로 웨이스트 물품을 파는 가게에 방문해서 고체 치약도 한 번 구입을 해서 사용해 보고 싶다.


*위에 나와있는 제품들은 제가 직접 구입하고 느낀 점을 적어 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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