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어디까지 해 보셨어요?

중고거래로 자원을 순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by 지구별소녀

''나에게는 고물, 남에게는 보물''


어느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본 문구이다. 나에게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남에게는 잘 쓰일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말인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998년도에 IMF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나바다 운동이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아나바다 운동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축제기간이나 연말연시에 벼룩시장이 정기적으로 열리곤 했었다.

나는 여벌의 교복도 아나바다 벼룩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을 해서 입었고 책이나 학용품, 인형들도 2000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사서 유용하게 잘 썼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게 되었고 큰 아이가 돌이 되었을 무렵 우연히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를 접하게 되었다. 미니멀 라이프란 인생에서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해서 내가 좋아하는 최소한의 물건들만 가지고 인생을 단순하게 살아가자는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기 전에는 우리 집이 4인 가족이 살기에 좁다고 생각해서 이사를 가야겠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집이 아니라 물건이 공간에 비해서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작아진 옷들,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들, 아이 연령에 맞지 않아 더 이상 필요 없는 걸음마 보조기나 카시트, 유모차 등을 정리하기 시작하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빈 벽과 바닥이 드러나면서 집이 점점 더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지역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구매자로 가서 아이가 원하는 중고 장난감, 옷, 아이 책을 구입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벼룩시장에 판매자로도 참여해 보고 싶어 졌다.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해서 판매하기 시작하니 묵은 짐들이 사라져서 집은 점점 더 쾌적한 공간으로 바뀌어갔고 중고 판매를 통해 적은 돈이라도 부수입이 생겨서 좋았다. 그리고 나에게 지금 필요 없는 물건들이 새 주인을 만나게 되어 다시 쓰일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중고거래와 나눔, 기부를 해 왔다.


중고 거래는 크게 3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벼룩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벼룩시장에서 판매할 물건 정리하기
벼룩시장에서 판매하기

일 년에 날씨가 따스하고 좋은 3~5월, 9월~11월까지는 동네에서 벼룩시장이 매월 1회 정도 꾸준히 열린다. 온라인 판매를 하려면 중고 거래할 물품의 사진을 찍고 제품 설명을 글로 자세히 쓰고 구매자와 개별적으로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만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에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은 여러 물품들을 한꺼번에 준비해서 한 자리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벼룩시장에 참여하기 전에 깨끗한 아이 옷들을 추려 깔끔히 세탁하고 작아진 아이 신발들을 깨끗이 빨고 물품의 가격을 매기는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롭지만 벼룩시장에서 중고물품을 판매하면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한꺼번에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구매자들도 물건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구입할 수 있으니 구매 만족도가 온라인 판매보다 높은 편이다. 게다가 아이들과 벼룩시장에 같이 참여한다면 아이들이 물품을 판매하고 거스름돈을 건네는 과정에서 경제관념과 경제 활동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나도 일 년에 가까운 지역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3, 4번 정도 참여를 했더니 집안의 안 쓰는 잔 짐들도 정리가 많이 되어 집안의 여유 공간도 넓어지고 한 번 참여할 때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10만 원까지 부수입이 생겨서 온 가족이 좋아하는 치킨도 사 먹고 아이들 통장에 용돈으로 넣어주곤 했었다.


두 번째는 온라인 판매이다.

온라인 판매는 크게 3가지로 나뉘어 볼 수 있다.

-중고나라 판매

중고나라의 최대 장점은 전국에서 중고 물품을 사고팔고 할 수 있어서 중고나라 이용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많다 보니 중고 거래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이다.
전국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다 보니 택배거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카시트나 유모차, 보행기처럼 부피가 큰 제품들은 택배 거래하기가 어려워서 나의 경우는 단행본 책 판매나 부피가 가벼운 물건들은 택배로 중고거래를 했었고 비교적 부피가 큰 제품들은 지역 맘카페나 당근 마켓에 판매를 하거나 나눔을 했었다.
-지역 맘카페 판매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사는 지역의 맘카페에 적어도 한 군데는 가입이 되어있을 것이다.
지역 맘카페는 가입 후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벼룩이나 나눔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비교적 부피가 큰 제품이나 육아용품들이나 장난감, 아이들의 작아진 옷들은 지역 맘카페에서 판매를 하거나 나눔을 했었다. 단, 맘카페는 하루에 벼룩 글을 몇 개 이상은 올릴 수 없다는 제한이 있고 엄마들끼리 하는 모임이다 보니 중고물품 판매가가 당근 마켓이나 중고나라에 비해서는 저렴하고 나눔도 활발하다.
-당근 마켓 판매

당신의 근처 중고거래 앱인 당근 마켓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웃분들과 거래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중고거래가 성사되면 인근 지역에 살고 계시는 분이 내가 원하는 장소로 오셔서 거래가 되기에 물건을 파는 사람도 물건을 사는 사람도 큰 부담이 없다.
코로나 19 이후로 지역에서 벼룩시장이 열리지 않기에 나도 당근 마켓에서 중고 물품을 많이 판매했었다. 판매자의 매너 온도가 36.5도부터 표시되어 온도가 높을수록 판매자의 매너도 좋기에 요즘 중고거래 앱 다운로드에서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당근 마켓의 인기가 높다.
단, 인근 지역에서만 거래가 가능하기에 내가 필요한 물품이 인근 지역을 벗어나 판매되고 있는 경우 그 물건을 구입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세 번째는 나눔이나 기부를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한 물건들
일 년동안 꾸준히 아름다운가게에 기부를 했더니 연말정산 때 기부금이 675,000원이 넘게 쌓여있었다.

나눔은 중고나라, 지역 맘카페, 당근 마켓에서 다 가능하며 아름다운 가게와 굿윌스토어, 구세군 희망 나누미에서는 기부도 가능하다.

아름다운 가게도 기부물품이 3 상자 이상이 되면 기부물품을 수거하러도 오신다. 나도 큰 아이가 사용하던 원목 아기 침대가 부피가 매우 커서 기부물품 수거를 신청해 놓았더니 직원분들이 우리 집으로 방문해서 기부물품을 수거해 가셔서 번거롭지 않고 좋았었다.


우리 집에서 아름다운 가게가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기에 커다란 마트 가방이 가득 찰 정도 기부물품이 모이면 직접 기부를 하러 아름다운 가게에 운동삼아 가져다 드린다.

나는 아름다운 가게가 가까워서 아름다운 가게에만 기부를 해 왔지만 굿윌스토어도 기부 시스템은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할 것 같다. 차이점은 아름다운 가게는 주로 자원봉사자분들이 근무하시는데 반해 굿윌스토어는 장애인 분들을 고용해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멀지만 자주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러 가곤 한다. 내가 물건을 구입하면 할수록 장애인 분들에게 일자리가 제공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가게 등에 물건을 기부하면 연말정산 때 기부금 공제도 받을 수 있다. 나도 4년 넘게 꾸준히 기부를 해 왔다. 어느 해에는 기부금 공제항목에 675,000원 이상의 기부금이 쌓여있어 나도 깜짝 놀랐었다.

그 당시에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많이 써서 기부금 공제를 받지는 못했지만 기부금 공제 항목이 다음 해로 이월도 되었다.


그리고 기부금 공제를 받는 것을 떠나서 예전에는 자산이 많은 분들만이 기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물건들로도 기부를 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보람이 있었다.


버리면 쓰레기인 물건들이지만 중고거래와 나눔과 기부를 통해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면 우리 사회는 자원이 순환되고 판매자는 불필요한 물건도 정리하고 부수입도 생기고 구매자는 필요한 물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중고거래는 일석삼조 그 이상인 것 같다.

남이 사용한 물건이어서 거부감이 드는 것이 아니라 남이 잘 사용해 준 만큼 그 물건은 가치가 있기에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계속해서 전달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그만한 환경보호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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