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아마 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쓰레기를 사진 찍냐고요? 바로 본인이 만들어 낸 쓰레기를 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이를 줄이기 위해서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이 사람들은 바로 제로 웨이스터들(zero wasters)이다.
제로 웨이스터란 말 그대로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는 쓰레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여름에 길을 걷다 보면 길거리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많은 양의 음료수 쓰레기와 그 악취로 눈살을 찌푸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전 세계가 이미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상황으로 사람들이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마트에 가는 대신 집에서 택배 주문을 하고 외식을 하는 대신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매일같이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만든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한 통계 자료를 보니 택배박스는 약 20.2% 증가, 음식 배달은 약 76.8% 증가,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13.7%가 증가했다고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생산된 마스크의 양은 16억 7463만 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작년부터 사용하고 버린 마스크의 양을 계산해보면 여의도 면적의 17배라고 하니 코로나 상황이 끝난 후에도 우리는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을 것 같다.
지금 코로나 상황으로 두 아이들을 가정 보육하고 있다 보니 거의 삼시 세 끼 집밥을 해 먹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식자재 포장 쓰레기 때문에 매주 일요일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면 쓰레기를 내 두 손으로 들기도 모자라서 아이들의 손까지 빌려서 분리배출을 하고 오곤 했었다. 분리배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눈에 보이던 우리 집 쓰레기가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졌으니 우리 집은 깨끗해졌지만 이 쓰레기들이 재활용 선별장으로 가서 일부는 재활용으로 선별되고 또 나머지는 쓰레기로 소각, 매립이 된다고 생각하니 쓰레기가 내 눈 앞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을 했을 뿐이지 없어진 것은 아니라 죄책감이 많이 들곤 했었다.
그래서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보다 우리 가정에서 발생하는 전체 쓰레기의 양을 줄여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 내가 배출한 재활용 쓰레기 사진을 찍고 있다.
쓰레기를 사진 찍어 보면 내가 배출한 쓰레기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까지도 보인다. 내가 주로 무엇을 좋아해서 자주 사는지. 어떤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지.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건 없는지 등등...
그래서 집에 모아놓은 재활용 쓰레기 사진을 찍어 보았다.
재활용 쓰레기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 동안 모아놓은 쓰레기인데도 막상 모아보니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요즘 제로 웨이스트를 하면서 택배는 가급적이면 시키지 않고 있지만 집에 있는 프린터기의 잉크가 떨어져서 택배로 주문했더니 작은 택배 상자와 완충재로 쓰였던 신문지가 쓰레기로 발생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칫솔모가 닳아서 대나무 칫솔로 교체해서 칫솔 포장상자 두 개가 발생했다. 그리고 치킨강정을 사 먹어서 종이 포장상자와 치킨 무가 담겨있던 플라스틱 용기와 맥주캔도 쓰레기로 발생했다. 아이스크림이 담겨있던 용기는 안 쪽이 종이컵처럼 비닐코팅이 되어 있어서 재활용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혹시 깨끗하면 재활용이 될까 싶어 다 먹은 후에 안을 깨끗이 씻어 두었다. 요플레를 감싸고 있던 종이 띠지도 물에 불려도 생각보다 잘 벗겨지지 않아서 손톱으로 떼느라 애를 먹었다. 재활용을 올바르게 하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이가 산 과자도 2개씩 개별포장이 되어있어서 비닐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아래 사진은 얼마 전에 산 과자들인데 위의 제품은 비닐포장을 뜯으면 플라스틱 트레이에 과자가 담겨 있었고 아래에 있는 과자는 과자가 2개씩 개별포장이 되어 있어서 먹을 때마다 비닐쓰레기가 발생했다. 물론 이 과자를 여러 명이 나누어 먹을 때에는 괜찮겠지만 우리 집처럼 앉은자리에서 과자를 한 봉지 금방 다 먹는 집들은 이 과자를 먹을 때마다 매번 까먹기도 번거롭고 비닐 쓰레기도 많이 나와서 포장이 조금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자 4개가 한 봉지에 개별포장이 되어있으면 비닐쓰레기가 절반으로 줄지 않았을까? 하는아쉬움이 남았다.
이 포장지 최선일까요?
그리고 마스크를 감싸고 있던 비닐. 커피믹스 봉지. 조미김 비닐. 아이들 간식 비닐. 스팸 비닐 띠지들도 나왔다. 집에서 김밥을 만들어 먹고 난 후 단무지가 담겨있던 플라스틱 통과 스팸 통도 쓰레기로 나왔다. 특히나 노란 스팸 뚜껑은 한 번 사용하고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워 보여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스팸 회사에 택배로 보내봐야겠다.
유명한 동*참치캔은 플라스틱 뚜껑 없이 캔으로만 판매되는데 왜 스팸은 불필요한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씌워 판매하는지... 앞으로는 노란 뚜껑 없이 스팸 캔만 판매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요구르트도 다 먹은 후에 알루미늄 뚜껑을 제거하고 씻어 배출했다.(요구르트 위에 붙어있는 알루미늄 뚜껑을 제거하지 않고 버리면 재활용 기계에 끼어서 잔고장을 일으킨다고 한다.)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매주 일요일마다 분리배출을 하고 있다. 내가 분리배출을 올바르게 안 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나부터라도 재활용을 올바르게 하면 재활용 선별장에서 재활용으로 선별되는 물건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오늘도 재활용 쓰레기들을 깨끗이 씻으며 올바르게 분리 배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려고 요즘은 가공 식품보다는 야채와 과일 같은 1차 식품 위주로 장을 보려고 노력 중이다. 재활용 쓰레기 사진을 보다 보니 다음에는 되도록이면 아이들 간식도 집에서 만들어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개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과대포장이 없어진다면 분리배출 과정도 좀 더 수월할 것 같고 재활용 쓰레기도 줄어들 것 같다. 기업들도 앞으로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이 포장이 꼭 필요한지? 좀 더 고민해 보고 과대포장이 있다면 포장방식을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
예전에는 재활용 쓰레기가 베란다에 쌓이고 또 쌓여서 빨리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일요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하지만 쓰레기를 사진 찍어 기록하고 보면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도 해보고 포장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 재래시장에서 장보기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래도 예전보다는 우리 가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양이 점점 줄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 손을 전혀 빌리지 않고도 한 손으로 가볍게 쓰레기를 들고 가서 분리배출을 하고 왔다. 쓰레기가 가벼워진 만큼 내 마음도 발걸음도 깃털만큼 가벼웠었다. 재활용 쓰레기 양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때로는 조금은 번거롭고 힘들지만 보람이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