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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무엇이 우리를 만드는가

by 글지으니


주말을 초등학교 고향 친구의 피로연과 결혼식 때문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주말이었다. 어릴 때 친구들은 이제 인생의 황금기인 50을 넘어 60을 바라보고 있다. 아내보다 한 살이라도 많은 남편들은 자기 자리에서 잘 자리를 잡았다면 사회에 임원쯤 될 나이다. 한 동네 소꿉친구는 남편이 조합장, 아들은 골프 프로 선수로 활동한다. 잔치 때 친구들은 부러워하며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라고 했다.



웃기는 이야기로 친구들 간에 남편이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나 한 달에 몇 번 오는 남편을 보고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하며 웃었었다. 그리고 나도 전생을 구했다고 했다. 친구들은 남편이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나를 만났다고 하면서 말이다. 친구들이 나를 좋게 생각해 주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남편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은 못 했지만 해박한 지식과 세계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갖은 남편이었다. 내가 바라던 사람이다.


친정아버지는 우리를 유학 보내면서 더 크게 생각하기를 바라셨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듯이 더 큰 물고기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고향에서 자리를 잡고 성실하게 일했던 사람들이 국회위원이 되고 조합장이 되고 크게 농사짓는 억대 농사꾼이 되었다.


남편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하면서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고향에 머무르게 되었다. 부모님과 지내고 싶어서 고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러나 나는 남편이 사회적으로도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아쉬웠다. 천상 양반이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남편 덕분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아들 둘을 낳았다.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 것이 맞다. 양반을 만나 엘리트 중에 엘리트인 아들 둘을 낳았으니 말이다.



백조가 우아한 우아한 하게 지내기 위해 물 밑에서는 하염없이 발을 움직인다. 낭만을 즐기는 남편도 세상을 더 멋지게 살고 싶지만 양반이라서 그런가 보다. 나는 가만히 앉아 꽃을 바라보고 차를 마시고 글을 쓴다. 남들보다 갖은것이 적을지 모르지만 소박한 작은 것들을 즐기고 있다. 양반 같은 일상자연을 즐기며 그 누구보다 여유를 누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물질적으로 명성과 부를 가져야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만은 아니다. "내려놓은 끝에 행복이 있다"는 말도 있다. 남편은 마음속 깊은 곳에 더 잘 살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양반처럼 내려놓음의 미덕을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부모님들 사회적인 명성이나 부를 갖기 위해 부단히 꾸준히 노력한 사람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우리 형제들은 노력한다. 사회적 명성과 부는 갖지 못할지라도 마음을 비우고 사소한 작은 일에 행복과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 풍파를 다 겪고 결국에는 자연에서 치유를 받는 자연인처럼 많은 사람들은 그 자연인들을 부러워한다. 자연인들은 말을 한다. "이곳에 와서 행복을 느낀다"라고 말이다. 자연인들을 혼자 살면서 자연을 벗 삼아 그곳에서 치유받고 힐링하는 삶을 산다. 결코 그것도 쉽지 않은 삶이다. 자기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하고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자신도 자연인이 되었을 때 그들은 무엇보다 행복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명성과 부가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생각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허영심을 버리고 사소한 것에 만족할 때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오늘 하루도 바람에 꺾인 국화꽃을 컵에 담으면서 작은 행복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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