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구가 될 뻔
내가 단골로 가는 미용실에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거니 전화를 받았다. 나는 누구 미용사를 바꿔 달라고 했다. 내 단골 미용사는 7시도 안 되는데 퇴근하고 다른 미용사는 커트를 하다 겨우 전화를 받았다. 나는 할 수 없이 바쁘지만
"앞 머리가 브러시에 감겨서 뺄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해요?"하고 물었다.
"아, 어떻게! 린스라도 해서 빼보세요."
나는 급한 대로 아들에게 SOS를 보냈다. 아들이 전화를 안 받았다. 전화를 안 받자 문자로 "엄마에게 빨리 전화 줘!"라고 하고 계속 전화를 했다. 집 근처 카페에서 공부하다 뛰어온 아들은 나보고 미용실을 가보라고 했다. 나는 머리에 브러시를 매달고 밖에 나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었다. 집 근처에 미용실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안 보였다. 그래도 초등학교 앞쪽에 미용실 하나가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 "브러시를 어떻게 뺄 수 있을까요?"하고 물었다.
미용사는 "어떻게 해요? 저도 못해요!"라고 말했다. 나는 "안되면 자르기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법이 없을까 미용사 얼굴만 쳐다보았다. 하지만 미용사는 저도 "어떻게 안 돼요."하고 말했다. 미용 전문가라 그래도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급 실망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미용실을 찾아 나오면서 아들과 같이 나오는 건데 후회하며 아들에게 또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집으로 가니 집에 있으라고 전화했다. 집을 가다 생각하니 아들과 차를 타고 미용실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아들과 만나 출발하려다가 남편 생각이 떠올랐다. 남편은 생활하다 모르는 것은 유튜브에 있다고 하면서 집안일을 해결했다.
그렇게 아들에게 차 타고 가기 전에 유튜브를 찾아보라고 소리쳤다. 아들은 머리가 엉켜 우는 아빠의 영상을 틀었다. 나는 미용실보다 집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연구를 하자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와 찾아보니 브러시에 있는 비 살을 제거하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공구함에서 철사를 구부리는 도구로 비 살을 뽑기 시작했다. 브러시의 비 살을 다 뽑고 나니 내 머리도 한 묶음 빠졌다. 그래도 맹구가 안 된 것만으로 감사해야 했다. 하필 이런 때 남편이 없다니.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옛말이 생각났다.
여자에게 머리가 소중하다고 119를 불을 수도 없고, 걱정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가족 같은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면 가족이 없는 사람은 어쩔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머리가 한 움큼 빠진 머리카락처럼 마음도 설렁했다. 그래도 이렇게 미디어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도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라도 위급상황일 때 가족처럼 생각하고 문제를 바라보는 작은 온정이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