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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방에 사는 여자 Oct 16. 2024

피카소 '황소 머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황소의 머리

* 파블로 피카소 (1881년 10월 25일 ~ 1973년 4월 8일)

* 1942년

* 입체주의

* 소장 : 파리 피카소 미술관


피카소의 '황소 머리'라는 작품을 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는 공지영의 소설이 생각난다. 소설 속 여자들은  각각 헤어짐 끝에 혼자 가기도 하고 혼자 갈 수없어 영원히 혼자 떠났다.

사람이 좀 더 명확하면 어떨까? 혼자도 잘 지내던가 늘 여럿이 있는 것을 좋아하던가. 그러면 좀 외롭지 않을까?

나라는 사람도 혼자 있음을 좋아 하지만 간혹 다른 이와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싶어 한다.

사람 바람을 쐰 후에는  섣불리 말한 것은 없는지 되새김질해 보기도 한다. 그 이면에는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경구는 최초의 경전인 '숫타니 파타'에 나오는 구절이다.

부처가 임종하기 직전 제자들이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면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라고 묻자

부처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로 답 했다고 한다. 이 경구에서의 '무소'는 코뿔소를 일컫지만 나는 황소가 생각난다.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은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혼자서 가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혼자일 때나 여럿일 때나 자연스럽고 충만한 기운이 있을 때 비로소 혼자 무소의 뿔처럼 갈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본래 지니고 있는 것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다고,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 짓지 않는 것이다.

부지런히 흘러가는 천변의 물길은 징검다리를 탓하지 않는다. 길이 막히면 돌아서 간다.



자전거의 안장과 손잡이로 만든 피카소의 ' 황소 머리'는 고집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의 결과이다.

어제의 나와 헤어지고 오늘의 나를 맞이한다.

나이도 더 들어간다.  

이십 대의 나는 오십 중반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오늘의 나는 팔십 대의 나를 잘 모른다.

나는 나날이 이별하고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며

살아갈 것이다. 혼자면 혼자여서 좋고, 둘이면 둘이여서 즐겁고, 셋이면 셋이여서 재미있게

즐거이 흘러갈 것이다.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리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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