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용에 미쳐서 20대를 살았다.

by 움직이기


무용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정말이지 좋았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보통 무용은 어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무용학원에 오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입시무용은 상당한 교육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물질적 지원이 받쳐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비싼 레슨비는 기본에다가, 콩쿨이라도 나갈라치면 최소 몇 십에서 몇 백까지 하는 의상비, 최소 몇 백부터 시작하는 작품비까지 다 감당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흙수저인 나는 나보다 좋은 환경에서 일찍부터 무용을 시작한 친구들을 보면서 무용을 늦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내 환경에 대한 박탈감과 부모님에 대한 원망에 정말 자주 사로잡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에서 피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스무살 넘어서 늦게 무용을 시작한 나는 무용도 못하고, 나이도 많았다. 게다가 레슨을 마음껏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무용에 미쳐서 20대를 살았다. 마치 불나방처럼, 불사르고 또 불살랐다. 무용과를 졸업하고 무용단에 들어가면서 드디어 무용수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춤이 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춤을 추어야 하는지, 공연은 어떻게 하는 건지, 작품 속으로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생각의 깊이도, 경험도, 춤의 깊이도 온통 취약한 상태였다.

그러나 적어도 무대 위에서 거짓없이 피와 땀과 살을 아낌없이 다 쏟아내었다.


춤은 점차 내 안에서 시간과 함께 축적되며 두터워져갔다. 신체조절능력이 섬세하게 계발되고 증강되면서 내 안의 욕구와 감정들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말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풍부하며 심오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존재가 움직임을 통해서, 춤을 통해서 점점 확장되고 상승되는 그 충만한 기쁨은 오직 나만의 은밀한 것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