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다 끝나고 나면 진이 쏙 빠져서 대개는 매우 헛헛하고 취약해졌으며 고독해졌다. 다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내 모든 피땀을 쏟고 나면 나는 그렇게 텅 비워져서 한동안 덩그러니 있었다.
하릴없이 떠도는 마음에 맥없이 방황을 하고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 힘든데 무용을 계속 해야 할까, 과연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나는 이래도 계속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 걸까, 다음에는 또 어떤 작업을 해야 할까, 과연 내가 그 작업들을 할 수 있을까, 내 역량이 될까, 나는 어떡하면 더 좋아지고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당시 내게 춤이란 건 '적당히' 조절하며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도무지 아니었다. 할 때마다 내 존재를 온전히 드러내고 쏟아 부어야 하는,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 부담이 매우 상당한 일이었다.
그렇게 사활을 걸고 죽자 사자 했기에, 나는 자주 무겁고 진지하고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이 정도까지, 혹은 되는 데까지'라고 판단하고 지혜롭게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함과 노련함이 없었다. 일의 특성상 그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을 볼 때마다, 할 때마다, 말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깊은 속에서 떨리고 흔들리는 걸 어쩌랴. 무력하게도 어쩔 수 없이 결국 춤에 이끌리는 걸 어쩌랴.
이거 말고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내게 이런 강렬한 황홀감과 충만감을 주는 것은 단연코 없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