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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인정받는 무용기계가 되고 싶어서_ 2

by 움직이기

각 안무자들의 기준에 잘 들어맞아 떨어지기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며 나름대로 이런 저런 시도와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내 주위에는 내가 온몸으로 버둥거려서 간신히 도달한 지점들을 그저 손쉽게 툭툭 해내는 듯이 보이는 뛰어난 동료들이 있었다.

내가 살 길은 오로지 부족함을 채우며 악착같이 연습하는 것 뿐이었다. 여기에서 반드시 살아남고 인정받아야 했기에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 쿨한 척 하면서 뛰어난 동료들의 몸씀을 세세히 관찰하고 연구하고 연습했다.


전체 연습이 끝난 야밤에도 너덜너덜해진 몸을 질질 이끌고 혼자 따로 연습을 하러 가기도 했고, 쉬는 날에도 불안해서 도저히 쉬질 못하고, 안무자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적용하며 혼자 연습하는 날이 많았다.


'아직 한참 부족해. 더 가야돼, 더 가야 한다고. 원래 참고 채찍질하면서 가는 거야. 원래 이런 것이라고!'


몸의 열감 때문에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면서 잠을 청하던 날들, 기운 하나 없는 몸을 뜨거운 물로 간신히 일으켜 세우던 많은 날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이상향이라고 생각한 곳으로 죽어라 다가갈수록 그것은 딱 그만큼 저만치 위로 올라가있었다.


대체 어디까지 얼마나 뼈를 갈아 넣어야 저 곳에 도달할 수가 있을까. 언제쯤 이 피를 철철 흘리는 고군분투가 끝날 수 있을까. 잘하고 싶은데. 정말 잘하고 싶은데...


그렇게 부닥치고, 부닥치고 또 부닥치길 반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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