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찰나적인 눈으로 보면, 춤은 유려한 몸씀과 그로부터 파생된 움직임들의 향연으로만 보인다.
얼마나 몸을 섬세하게 인지하고 감각하며 지배하는가,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고도로 정교하고도 표현적인 몸짓들을 수행해내는가. 움직임의 유려함, 고도의 움직임 수행능력이 춤의 전면에서 제일 중대하고 절대적인 기준과 가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내 생각엔 춤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얼마나 몸을 잘 쓰고, 몸짓을 잘하느냐" 라는 하나의 균질화된 기준이 되는 현상 자체에 있지 않다.
오히려 현상의 기저 속 일련의 과정 속에서 꿈틀대고 있다고 본다. 그 과정 자체에서 비로소 찾아지고 알게되는 진정한 것들, 삶의 진실들에 있다고 본다.
춤은 나에게 단순히 "몸씀"이란 현상적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서, 내 존재와 삶으로 들어오는 어떤 것이다.
춤은 내게 땀과 피와 살의 진실되고도 지속적인 노력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해주었다. 그것은 나도 모르게 내 존재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내 삶의 방향과 태도나 자세로 연결되었다.
오늘도 춤은 내게 삶의 진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보게 하며, 삶에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들로 향하는 존재적 태도와 자세를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준다.
그래서 춤은 나에게 단순히 "유려한 몸씀"이라는
하나의 현상적 차원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현상 그 너머에 있다. 춤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