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경우에는, 발레슈즈나 토슈즈를 신고 동작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현대무용에서는 불쑥 바닥위에 맨발이 등장하게 되지요. 현대무용이 발레와 대비되는 가장 현저한 특징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무용의 태동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있겠습니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의 귀족들의 사교 춤에서 시작된 발레는 프랑스로 건너가게 됩니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긴 절대군주 태양왕 루이 14세에 의해 17세기 발레 아카데미가 설립됩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후 왕실이 붕괴되면서, 설 자리가 없어진 발레 무용가들은 러시아로 건너가게 됩니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에 의해 발레가 러시아에서 전략적으로 육성됩니다. 그렇기 19세기 러시아 발레는 엄격한 형식과 질서, 고도화된 기교와 규칙을 바탕으로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지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지젤, 돈키호테 등이 이 시기 작품들입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면 이것이 있듯이, 흥하면 세를 다하게 되듯이, 한쪽이 흥하고 세를 다하면 또 다른 한쪽이 일어나게 마련이지요.
발레가 전성하던 시기, 변방의 꿈틀거리는 혁명세력이 씬에 등장합니다. 때는 20세기 인간해방과 창조정신의 사상이 대두되던 시대의 흐름에 있었지요.
반란군은 발레의 지나친 기교와 형식, 질서와 조화, 정형성과 인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통에 도전하고 저항했습니다. 발레의 기존 틀과 기법에서 해방되어 새롭고 자유자재하게 독창적으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해야 한다고 부르짖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현대무용이었습니다.
맨발의 댄서 이사도라 던컨, 루이 풀러, 루스 세인트 데니스 등 미국에서 현대무용의 개척자 1세대가 태동했습니다. 미국의 현대무용은 유럽에 영향을 기치게 되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나름대로 현대무용이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사 그레이엄(미국), 마리 뷔그만(독일) 등 제2세대 현대무용가들이 오늘날 현대무용의 실질적인 기반과 스타일을 정립하였다고 볼 수 있지요.
발레에 대한 저항정신에서 태동한 현대무용은 자유정신과 창조정신을 바탕으로 20세기 세를 크게 확장하게 됩니다. 발레의 틀과 문법을 해체시켜 버리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현대무용은 발레의 인위적인 토슈즈를 과감히 벗어 던지게 됩니다.
이렇게 현대무용에서 맨발이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또한 거추장스럽고 압박스럽고 화려한 의상을 벗어던지고, 표현적인 몸짓이 잘 드러나는 얇은 천 의상을 착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현대무용 공연이나 영상에서 무용수들의 맨발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인데요. 그러나 맨발 자체가 현대무용의 절대 규칙은 아닙니다. 양말을 신기도 하고, 신발을 신고 하기도 합니다. 양말을 신고 하느냐, 맨발로 하느냐, 신발을 신느냐 그 자체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정해진 법칙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작품과의 어울림, 또는 바닥과의 마찰력에서 파생되는 특유의 질감이나 동작 수행 표현의 용이함, 또는 무대 바닥 상태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맨발로, 양말이나 신발, 특수제작 슈즈를 신기도 하는 거지요.
현대무용을 할 때, 맨발로 해야 할지, 양말을 신고 해야 할지 대체 어찌 해야 할지 궁금하신다면, 자유롭게 원하는대로 하시면 됩니다. 정해진 규칙이란 건 전혀 없으니까요.
바닥의 상태, 바닥과의 마찰력, 동작을 수행하기 위한 용이성 등을 고려하셔서 자신에게 편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맨발로, 양말로 혹은 신발을 신고 벗었다 하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