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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호흡, 생명력, 유기체

by 움직이기

동작에 호흡을 불어넣게 되면 그렇지 않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호흡의 길이만큼 동작시간이 늘어나거나 짧아지는, 마치 시간이 휘고 왜곡되는 것 같은 묘한 차원이 만들어진다. 또한 동작에 불어넣는 호흡의 강약은 동작의 힘과 기운, 강렬함에 영향을 미친다.

내 생각에 이 부분들은 어느정도 일반성과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서, 설명하기도, 이해를 구하기도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호흡에 대해서 내가 매우 개인적이고 은밀하게 포착하는 것, 그래서 말로 설명하기도, 이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춤에 유기체적 생명력을 불어넣는 호흡의 특질이라고 할 수 있다.


호흡을 실어서 어떤 동작을 실행하면, 비로소 동작이 살아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을 직관적으로 받는다. 마치 방금까지 죽어서 박제되어 있었던 동작이 살아난 생명체, 유기체가 된 것 같은 오묘하고도 은밀한 내부적인 느낌이랄까.


외부에 나와서 춤을 볼 때도 그렇다. 동작에 호흡이 제대로 실려 들어갈 때라야, 그것은 살아서 움직이는 춤으로 보인다. 그림같이 평면적이었던, 무미건조하고도 무력했던 동작들이 갑자기 살아서 삼차원의 입체로 튀어나오는 것 같다. 입체가 뿜어내는 부피감과 공간감이 느껴지고 그 속에 특유의 질감 또한 느껴지는 것이다.


거기에 호흡의 시간성까지 생성되어 개입되면, 동작들은 호흡이 없을 때와는 완전히 질적으로 다른 어떤 차원, 고유하면서 유일무이하고 특수하면서도 무한한 어떤 차원으로 승화되는 것처럼 내 눈에 포착된다.


반복적으로 숨이 들이차고 나가서 부피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허파, 그 생명력의 이미지, (종교는 없다만은) '하나님이 진흙으로 빚은 인간에 생기를 불어넣으니 사람이 생령이 되었더라' 하는 성경 창세기의 이미지 같은 것이 내게 파편처럼 번쩍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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