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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_ 안무를 외우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인가요?

안무를 잘 외우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면?

by 움직이기

안무를 외우는 능력은 타고나는 걸까요? 제가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만, 단 한두번만에 안무를 외우는 거의 신적이고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신적인 차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작의 형상과 흐름을 인지하는 감각이 비교적 잘 발달된 사람들도 있지요.

그러나 타고난 능력이란 것이 현저하게 초월적이고 신적인 차원이 아닌 이상, 타고난 능력과 재능이란 것은 그저 그런 수준에서 비슷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계발되지 않고 훈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언제까지나 그저 그런 수준으로 그치게 될 뿐이고, 언제까지나 하나의 좋은 밭이나, 씨앗, 가능성에 불과할 뿐이지요.


안무를 외우는 능력은, 삶 속의 다른 능력들과 마찬가지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것이고 계발되는 것입니다. 안무를 습득해야 하는 그런 환경속에 자신을 위치시키기를 지속적으로 반복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안무를 완전히 습득할 때까지 몸으로 연습한 결과인 것입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속반복하다보니 안무숙지 능력이 발달된 것이지요.


훈련이고 연습입니다. 숙달, 숙련의 과정입니다. 외부에서는 그 과정이 생략되어 표면에 드러나기 때문에, '그저 타고나서 그렇다' 라고 치부해 버리게 되기가 쉬운 것도 같습니다.


신선놀음하듯이 그저 대략 한 몇번 연습해서 안무 전체를 편안히 통달하는 무용수는 제 개인적으로는 단연코 단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다들 연습때마다 안무를 습득하기 위해서 온 정신과 몸을 바짝 집중하고 수차례 반복합니다. 디테일과 질감을 잘 표현하려고 애를 쓰면서 수정에 수정,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지요.


그 과정속에서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안무의 길이 내 몸에 들어와 앉게 된 거지요. 외우려는 능동으로 시작해서 외워지는 수동의 감각으로 끝난다고 할까요?


안무를 외우는 어떤 특별한 묘약이나 정해진 비책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그 정도로 신속하고 탁월하게 안무를 습득하는 경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밖에 말씀을 못 드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제 경험으로 안무를 잘 외우는 특별한 정답이나 전문 비책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하나의 지속반복 훈련과정이고, 그 속에서 계발된 자신만의 몸 감각에 가깝습니다.


안무를 외우는데에는 개인적인 감각과 인지능력의 차이, 신체수련정도의 차이가 개입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시간이 더 걸릴수도, 덜 걸릴수도 있습니다. 안무가 잘 외워지지 않아서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타고난 능력자들만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고, 혹여 안무를 잘 외우는 특별한 비책이나 전문 묘약이 있는데 내가 여태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때문에 안무를 잘 외우지 못하는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접 몸으로 연습을 지속적으로 충분히 해보지도 않고서, 한 이십번 해보고서 잘 안된다고, 역시 안무를 외우는 능력은 타고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거나, 안무를 외우는 전문 비책을 아직 모르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오류입니다.


'타고난' 것의 실상은 사실은 충분히 지속적으로 '훈련된' '계발된' 것이며, "타고났다"라고 보이는 춤꾼들조차도 연습시에 어떻게 안무를 외우고 습득하는가 그 실상을 보게 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무가 잘 외워지지 않는 것은 아주 거칠게 그리고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그만큼 아직 내 몸으로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앉아서 머리로만 이해하고 따지는 연습말고 내 몸을 직접 움직여서 몸에 새겨넣는 연습 말입니다.


몸에 장착될 만큼, 몸에 외워질만큼, 몸에 길이 날 만큼, 몸에 인이 박일만큼 충분히 지속반복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타고난 재능의 심각한 결여때문이라든가 정해진 하나의 특별한 비책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심플하게 연습이고 지속반복의 훈련일 뿐입니다. 이 과정을 뛰어넘고 생략하며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묘한 비책이란 춤에서도, 삶에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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