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세계가 펼쳐지면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간다. 격렬한 움직임이 쌓이고 계속되면서 숨이 터질 듯 차오른다. 알 수 없는 어떤 강렬한 감정이 내 몸을 흔들고 휘젓는다.
지금 이 순간, 동작을 수행하는 것은 내 몸 같기도 하고, 내 마음 같기도 하다. 어떠한 분리의 경계도, 막도 사라졌다. 내 온 몸과 마음과 정신은 하나다.
이 상태의 축적 속에서 신체적 임계점 같은 곳에 다다르게 된다. 헉헉대는 거친 나의 숨, 여전히 고난 같은 움직임을 수행하고 있는 내 몸속 감각, 그러나 동시에 움직이는 내 몸이 마치 밖에서 관찰되기라도 하는 것 같은 묘한 감각의 공존.
나는 내 몸 속 안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몸 밖에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내 육신은 뭍에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고 팔딱대었다. 그러나 그 속에 나는 이상하리만큼 자유로웠다. 황홀했다. 마침내 이 불완전한 육신을 태우고, 육신의 껍데기를 벗어나 다른 무한한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공연 무대는 내 나름대로의 정화의식이나 제의 같았다. 하얀 재처럼 나를 순전하게 불태워 어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길. 그것은 무한과 자유의 세계, 충일과 초월의 세계였다. 무대의 그 순간에는 이 세상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고, 어떤 것도 정말 상관이 없었다. 그 충만하고 은밀한 황홀감은 그야말로 나만의 것이었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이런 강렬한 황홀감을 선사해 줄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