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의 지혜
물건 제대로 수납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실 '분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감정, 인간관계, 일과 삶의 경계까지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헤매는 모습을 보일지도.
우리는 유치원에서
네모는 네모끼리
동그라미는 동그라미끼리
끼리끼리 묶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분류가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아마도 단순한 분류를 넘어서,
이제는 나이테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들이
우리 삶 속에서 계속 쌓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물건 분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들과
인생에서 갈림길을 정하는 일
하와이 여행에서 입었던 훌라복은
가족들과의 추억이 방울방울
입는 옷으로 구분할지
추억소품으로 정할지
옷장속 치마들과 함께 있는 게 좋니~
추억 상자 속에 담겨 있는 게 편할까?
딸칵 누르면 미키마우스의 선글라스가
머리 위로 싹 올라가는 귀여운 펜은
잉크가 떨어진 지 오래
너는 펜일까
인테리어 소품일까
디즈니 랜드의 추억물품일까
책상 위의 책들은
자기계발을 위한 책인가
업무상 필요한 서적들인가
가장 먼저,
예쁜 훌라 원피스를 만지는 순간
그 속에 담긴 감정과 기억이 떠오르며
삶의 궤적을 정리한다.
끼리끼리 묶는 작업이 아니라,
'앞으로 나는 어느 쪽에 속하고 싶은가?'를 묻는 과정
타인에 의해 분류되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
물건도, 사람도, 감정도
이제는 내 기준으로 분류해보자.
내 설렘 기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