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일본료칸 오카미의 죽음

료칸 여주인의 부재

by 지혜



오카미(료칸의 여주인)는

'오모떼나시 (극진한 서비스)'를 하는 료칸의 간판이며 접객의 최고 책임자이다.



내가 입사를 했을 때 오카미 상은 병상에 누워계셔서 뵌 적이 없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예전에 일했던 한국인 남자 직원 두 명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사장님은 이 두 사람을 위해 온천탕이 딸린 비싼 객실 두 개를 비워주셨다.


‘오카미상, 얼마나 좋은 분이었을까...’



그렇게 오카미 상이 돌아가시고 료칸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오카미 상의 남편인 사장님이 회장님이 되면서, 아들에게 사장 자리와 경영권을 넘겨주었다.



또 다른 변화로는

료칸의 노인장이신 분들이 대거 그만두게 되었다. 그분들은 오카미상 때문에 오래도록 지키고 있던 것인데 돌아가심과 동시에 본인들의 노후를 위해 퇴사를 하시게 되었다.


지배인님은 프런트에서 장시간 서있기 때문에 이미 무릎이 안 좋아지신지 오래다. 회계담당이셨던 분, 레스토랑에서 나카이상으로 일하셨던 분, 청소하셨던 분들이 줄줄이 그만두게 되면서 우리 료칸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젊은 사장님을 선두로 대폭 낮아졌다.



어른들의 지혜를 배우고 따르고 싶었던 나에게는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이 료칸을 지켜온 분들에게 배움의 갈망도 컸다. 연륜에서 느껴지는 따듯함과 편안함이 타지에서 온 나에게 금방 안식처가 되기도 했었다. 그만두시는 분들께 마음의 일부분도 안 되는 작은 선물을 드리며 보내드렸다.



‘몇십 년 동안 지켜온 료칸을 떠나는 마음이 어떨까.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 또한 열심히 지키겠습니다.’


아오이 유우가 료칸 여주인으로 출연한 드라마 '오센'



물론 오카미 상의 자리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사장님의 부인께서 새로운 오카미 상이 되시긴 했지만

옛 호칭인 오카미(여주인)란 말을 쓰지 않고 전무라는 직함으로 부르게 되었다. 바뀐 현대식 직함처럼 현장보다는 사무실에 더 계신 편이다.



전무님은 체구는 작지만 연예인 같은 예쁜 외모에 한국 음식을 즐기고 드라마를 좋아한다. 사장님과 두 분은 한국 소주 참이슬, 특히 막걸리를 참 좋아한다.



딸이 2명이 있는데 두 분을 닮아 어찌나 귀여운지.
이 인형 같은 아이들은 체크아웃이 끝나고 손님이 없는 료칸 로비를 곧잘 꺅꺅 거리며 뛰어다닌다.






그 당시에 나는
한국에서 아빠한테 ‘너의 20대는 실패야’라는 말을 듣고 일본에 온 터라 자존감이 낮은 상태였다. 첫 직장을 나오며, 꿈꾸던 일을 접었기 때문에 직장에 오래 계신 아버지는 이해하질 못하셨다.




오카미 상이 돌아가신 게 내가 나쁜 기운을 갖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방에서 홀로 구슬피 울었다.

이렇게 유리멘탈로 시작한 료칸 직업 생활은 여러 번 깨지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는 강화유리로 더 단단해져 갔다.



일하면서 몇 번이나 생각했다.

‘오카미 상이 계셨으면 나는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겠지.’







행복한 아마츄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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