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회사의 피드백 문화

구직자님, 우리 회사와의 채용 경험 어떠셨나요?

by Sunny

한국에서는 채용 담당자에 대한 성과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미국계 테크 회사들은 구직자들한테도 Survey가 간다. 채용 과정에서 느낀 불편한 점은 없는지? 개선할 만한 것들이 있는지? 구직자들의 의견을 물어본다. 지금껏 서베이를 받았던 회사들로는 링크드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있다.


이런 서베이를 구직자들한테 보낸다는 것 자체가 자기들은 채용하는 '갑'이고 구직자 너는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을'로 보지 않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 외에는 공식적으로 서베이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채용 과정의 불합리함을 얘기하면 적극적으로 회사에 반영된다는 얘기를 현직자에게서 들은 회사도 있다.


링크드인은 채용 담당자도 그렇고 에너지가 넘치는 직원들이 많아보였다.
아마존의 프로세스는 압도적으로 빨랐다. 최종 결과는 2틀 안에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채용 담당자들 포함한 면접관 분들 모두 태도가 친절해서 좋았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외국에서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부하 직원이라고 해서 입막음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 외국계에서 일할 당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어차피 상사는 네가 고를 수 없으니 그냥 거기에 맞춰라. 상사가 A 음식을 좋아하면 그냥 나라면 닥치고 그 음식점을 매일 가겠다. 성희롱은 고소할 거 아니면 조용히 다녀라 등등. 뭐 이보다 더 심한 케이스들도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대한 대응 방식이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 험한 소리를 하면 위계 구조에 따라 아랫사람이 그냥 참아야 하는 것이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호소해도 원래 회사는 더러운 곳이고, 나는 그보다 더한 일도 겪는다는 것이 돌아오는 답변이었다. 얘기해봤자 가슴만 더 답답해졌다.


싱가포르에서는 그 반대였다. 내 매니저라고 해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물론 예의 없게 얘기하면 안 되겠지만)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맘에 안 드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에 대한 매니저의 생각은 어떠하며, 매니저로서 개선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주기적으로 얘기했다.


내가 업무적으로 힘든 점을 얘기할 땐 처음부터 잘할 수 없는 거 아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배우고 싶은 게 있을 땐 언제든지 얘기해라. 교육비 지원은 무조건 승인해 주겠다. 심리적으로 힘들 때는 언제든지 자기한테 얘기해라. 회사 오는 게 싫다고 느끼면 안 되니까.


매니저들과 사실 사적으로 친한 것도 아니고, 내가 감정 표현을 잘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런 따듯한 말에 일일이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렇지만 회사 안팎으로, 특히 외국인으로 일하면서 외롭고 지칠 때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게 도와준 매니저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 크다.


동료에게 무례하게, 너무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직원이 있으면 다른 동료들이 나무랐다.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안된다고 타일렀다. 직장 내 괴롭힘 역시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매니저들이 아무리 피플 매니저라고 해도 직장은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직원 간의 인간관계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매니저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주의를 주거나 원활한 관계를 도모하는 식으로 장려했다.


내가 너무 한국 회사는 별로고, 외국 회사는 좋다 이런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글을 쓴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그렇지만, 사람의 경험이라는 건 각자 주관적인 거니까. 나는 그냥 지금까지의 내 직장 경험을 토대로 사실을 나열한 것뿐이다.


나도 부디 달라진 조직 문화에서 좋은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미래에 이 글을 다시 봤을 때 과거의 나에게 반박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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