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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Jun 26. 2021

슬기로운 조선소 생활

너무나 멋진 그녀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배가 고파서 걷기도 힘들어질 때가 많다.

그래서 하루 일과 중 가장 즐겁고 기다려지는 시간이 점심시간이다.

"점심 먹으러 가자."

"언니 나 오늘 N안벽에 홍보활동하러 가야 해."

그녀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하청노조 동료들과 꾸준히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노동자가 어떤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 또는 다른 조직에서 어떤 부당한 일이 일어났는지 등등을 홍보하고 노동조합의 중요성도 알리고 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먹고 쉬려고 하는데 그녀는 점심 먹는 것은 뒤로 하고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는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그녀는 우리보다 일찍 출근하여 부당함을 외치고 정당함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그렇게 했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받쳐 들고 그렇게 했다. 지금도 변함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발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이런 속담을 들려주면서 자제시키곤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모난 돌들로 인해 불합리와 비논리와 부정의를 고치고 쇄신하며 변화해 왔다고  '마음 챙김의 인문학'에서 임자헌 작가는 말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조금이나마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우리 노동자의 인권과 삶의 질이 조금이나마 나아진다면,  이것은 중요한 순간마다 용기를 낸 그녀와  하청노조와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우리 회사 노사협의회 노동자 위원을 뽑는 날이었다.

우리 회사는 참으로 민주적인 회사다. 전 사원들에게 한 시간을 할애하여  후보자들의 연설을 듣게 하고 무기명으로 투표하여 선출하게 한다.

우리 사원들도 매우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고, 누가 우리를 위해 뛰어 줄 사람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 투표한다.

그녀는 압도적인 표를 얻어서 노동자 대표가 되었다. 너무나 가슴이 벅차서 울컥했다.

그녀의 연설은 그동안의 행동과 함께 빛을 발했다. 본공, 물량, 이주 노동자를 모두 아우르는 그녀의 연설은 앉아있는 노동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깔보지 않기를 원한다. 우리를."이라는 한 마디였다고 한다.

민주당 시절 노동자들이 느낀 소외감과 분노가 이 한 마디에 동질감을 느꼈고 표가 결집되었다고 한다. 노동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한다.

우리는 어쩌면 일을 많이 해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회사와 노동자!

일의 존엄성과 자본주의!

관리자와 생산자!

공정성과 불공정성!

상대적 박탈감!

그래서인지 민주화가 가장 늦게 이루어지는 곳이 직장이라고 한다. 서로 먹고사는 문제가 달려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 회사의 노사협의회 노동자 위원은 구성이 되었다.

그 노동자 위원을 대표하는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이 든든하다.

지금까지의 행동보다 앞으로의 행동이 더 기대되는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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