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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은 May 16. 2024

탈서울 적응기4: 지방에서 일하는 행운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 위해 고려할 1순위는 ‘경제활동’이다.

실제로 지방에서 한 달살기, 반달 살기 등을 많이 한다. 지역살이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해당 지역이 마음에 들어도,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으면 장기 거주는 어렵다. 나의 경우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사회복지는 보수가 적은 편이지만 지방 어디를 가도 취업이 가능하다. 지방에도 복지관 1개 정도는 있고, 정 없어도 복지 영역 자체가 워낙 넓기 때문이다. 요양원, 지역아동센터, 종합사회복지관 등 해당 지역에 맞는 복지관이나 센터를 찾기 쉽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탈서울을 꿈꾸며 관련된 서적을 읽기도 하고,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지역에 정착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일자리’였다. 기억에 남는 것은 지역 내 도시재생센터에서 일을 하던 분이다. 해당 센터의 경우 센터 특성상 계약직밖에 없어서, 장기근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어떤 분은 기자였는데, 유명한 신문사를 뒤로하고 지방에 취업하기에는 다소 어려웠을 것이다.

 

탈서울을 꿈꾸며 읽었던 동기부여 책


실제로 군산 여행에 다녀왔을 때만 해도 그렇다. 군산역 근처에 있는 아파트와 빌라들은 신축으로 보이지만, 어쩐지 사람이 사는 느낌이 적었다. 택시 기사님은 사람이 적고, 오는 사람도 없는데 그저 건물만 지어두어서 빈 곳이 많다고 하셨다. 군산은 일자리가 없고, 공장이나 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지방에 오면 경제적으로 손실이 나니, 기업들도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일자리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오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결론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집만 남아돈다고 했다. 그 와중에 나는 군산에 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제2의 정착지를 꿈꾸며 간 세종시에서, 버스가 다니지 않아 도보로 30분은 걸어야했던 어느길목


일자리가 탈서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일 테다.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마음의 여유가 찾아오지 않는다. 지방살이를 원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지방에 산다고 해서 물값이 싸지는 것도 아니다. 수원의 경우 서울에서 저렴한 편에 속하는 6호선 라인과 집값이 똑같다. 평균 월세가 보증금 500만 원에 35-50만 원이다. 물론 원룸 기준이다. 내가 사는 곳은 운이 좋게 투룸인데, 월세가 45만 원이다. 만약 내가 200만 원을 받는다면, 월 50만 원 가까운 월세를 내야 한다. 그렇다면 월급의 1/4이 사라지는 것인데, 남은 150만 원으로 모든 식비, 공과금, 보험 등을 포함해 지출해야 한다. 사회복지는 어딜 가나 박봉인지라, 나의 박봉인 월급은 참으로 생각만 해도 춥다. 결론은 집과 더불어 집세를 납부할 수 있는 먹고 살 수 있는 직장도 중요하다.

 

경기도민의 유명한 짤하나, 출처는 나무위키(https://namu.wiki)



차도 필요하다. 지방은 교통이 열악한 편이다. sns에 재미있는 밈으로 떠도는 것도 있다. 경기도에 사는 친구와 서울 사는 친구는 보통 서울에서 만나는데, 경기도에 살면 최소 두 시간 전에는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 반면 서울 사는 친구는 약속 20분 전에 대충 씻고 나온다. 그 영상 댓글을 보면, ‘1시간 30분은 감사할 지경’이라는 말이 수두룩이다.

물론 서울과 비교해서이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돈만 있으면 살기 편하다지만 말이다. 저녁만 되면 거의 어두워지고, 대중교통이 오가는 시간도 더 길다. 밤거리 가로등은 아무리 LED로 바꾸었다지만, LED도 닿지 않는 거리들은 캄캄하다. 휴대폰 불빛이 없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건물 사이 간격이 빽빽하지 않아 여유로움을 주기도 한다. 다른 말로는 이동 거리가 길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정도가 되니 차도 사고 싶어진다. 오죽했으면 지금은 차를 사기 위해 적금을 따로 들고 있을까. 중고차도 가격을 찾아보니 그나마 제일 저렴한 가격이 500만 원 정도였다. 이건 다 비를 맞고 눈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느라 서러워 내린 결정이었다. 차는 꿈꾸기도 어려운 월급 수준이니까. 우스갯소리로 직장 동료분은 요구르트 아주머니들이 타고 다니는 차는 어떠냐며 직접 알아봐 주시기도 했다.

 

솔직히 집이나 차는 사실 서울이든 탈서울이든 모두 원하는 것들이다. 불편해도 없어도 괜찮으니, 포기하면 된다. 경제활동은 이야기가 다르다. 먹고 살 일자리가 없는데 그 지방에 어떻게 정착하겠는가. 지방에서의 일자리는 제한적인 편이기도 하다. 지금 떠오르는 것만 해도 큰 기업이나 공장이 없으면, 공공기업, 병원, 나와 같은 복지사들 등 정도려나.

그래서 지방에서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가 ‘청년 창업’이다. 심지어 지방에서 창업을 하면 기준은 제각각이겠지만, 세금도 감면해 준다고 한다. 괴산군이나 정읍시처럼 지망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청년 창업교육이나 지원을 하는 곳도 많다. 인프라가 적은 지방에 창업을 한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도, 지방에서 할 수 있는 업종이나 아이템들을 구상해야 한다. 수원만 해도 행궁동 같은 곳은 화성행궁이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예쁘게 꾸며놓은 카페나 가게들이 많다. SNS를 통해 소문을 듣고 찾아온 나 같은 사람들도 있다. 결국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닌 이상 가게나 요식업, 공방 등을 생각한다. 그런 경우 ‘사람’이 몰려야 한다. ‘사람’이 몰리려면 가보고 싶은 곳이 되거나, 가볼 만한 것이 있어야 한다.

 


공주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관련 내용, 지방은 결국 도시재생이 필요할지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지방의 사정은 다른 듯하여도 비슷한지라 일자리, 관광지, 창업 지원, 홍보 등 여러 박자들이 고루 갖춰져야 돌아간다. 결국엔 지방만의 특색과 매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춥고 추운 시기에 창업이라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기도 하다. 기존에 장사가 잘 되던 곳도 문을 닫는 마당에 말이다. 나 역시도 아주 잠깐 라면 가게를 꿈꾼 적이 있었다. 워낙 라면을 좋아하다 보니 직장 생활 이도 저도 아니면 다 때려치우고 라면 가게를 하면 어떨까라는 아주 막연하고도 말도 안 되는 생각 말이다. 궁금하면 찾아는 볼 수 있으니까 요식업을 하는 카페에도 들어가 보았다. 카페명부터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곳이었다. 카페에 올린 사장님들의 애환을 읽어보니, 결코 쉽지 않겠구나 바로 포기가 되었다. 심지어 창업 후에 가게를 정리하는 것도 돈이 많이 들어서 가게 정리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일자리 문제는 결코 지방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신 일자리는 소멸하는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가장 1순위의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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