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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당신에게 닿기까지.

by 나리다

내 지루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행히도.


나는 여전히 사는 게 재미가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런데도 매일매일,

뭐라도 하려 하고, 무엇이든 가지려 한다.

사는 게 그런 걸까.

잃은 만큼 채워나가고 싶은 것,

그렇게라도 살고 싶은 것 말이야.


여보,

당신은 가끔 나를 답답해했지.

뭐든 하려고만 하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딱히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하고.

그러면서도 뭐 하나에 집착하면 끝장을 보는,

모순투성이의 아내를.


그러면서도

내가 결국 못 이기는 척 해내는 것들을

귀여워했지.


당신은 언제나 뭐든 하려 했고,

네 삶의 몸피를 세상 끝까지 키우고 싶어 했어.

나는 당신을 동경했어.

당신만 있으면

나도 세상 끝까지 커질 것 같아서… 좋았어.


이제는 당신이 없다.

당신이 없는데도

내 삶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어쩌면 백 살까지 살지도 몰라.

백 살의 나에 대해 고민해.

그렇게까지 살아버리면 어떡하지.

이 헛헛한 삶이 그렇게나 낡아버리면 어쩌지.


그래서

뭐라도 읽어내고, 아무거나 쓴다.

그때까지 안 죽을까 봐.

당신이 없어 쪼그라든

삶의 몸피를 늘려간다.


그러다 그 끝에,

너와 닿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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