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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다 Nov 11. 2023

나는 기적을 안 좋아해

오르페우스는 왜 뒤를 돌아보았나

나는 평범하고 무난한 삶을 지향하며 살았다. 그랬던 내게 배우자와의 사별은 지독하게 별난 일이었다.

고작 서른 둘이었다.


한날한시에 눈을 감는 것까지는 지나친 낭만이겠지만, 못해도 환갑까지는 해로하기를 기대했던 동갑 남편이었다. 우린 나름대로 역경을 헤치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이제 막 삶을 꽃피우려 한 젊은 부부였다.  우리 사이엔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있었고, 우리가 생각했던 인생이란 것의 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기적을 바랐다. 당신이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 두 다리를 잃는대도 그저 살아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몇번이나 몸을 내던져 좌절했다.

매일 비가 왔다.

며칠 만에 식탁으로 햇빛이 들이친 아침, 나는 왠지 당신이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수색대가 당신을 찾아냈다.

이미 차갑게 되어버린 당신을.

그래,

그런 것도 기적일 수 있겠지. 죽은 당신을 되찾은 것만도 기적일 수 있어.

기적은 만능이 아니니까.

내가 원한다면, 나는 생의 모든 구간에서 크고 작은 기적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일어나는 온갖 기적을 증오했다.

왜 그들에게 일어난 기적이 우리에겐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리스신화의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옥까지 갔다. 끝없이 어둠으로 끌려들어가는 나선형의 계단을 계속 계속 내려갔다. 벽을 더듬었을 때 느껴지는 감촉은 소름끼치게 차가웠고 이따금 발 밑에 알 수 없는 물컹하고 기분 나쁜 것이 밟히기도 했을 것이다. 그곳은 아주 어두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희망은 있었다.


마침내 저승신 하데스를 만났을 때 그토록 바라던 기적이 일어났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가 뒤따를 것이란 약속을 받고 자신이 내려온 그 긴 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 다 빠져나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만 않으면 되었다.

여전히 계단은 음습하고 서늘했으며 어두웠지만 등뒤에 사랑하는 에우리디케가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고 안심되었다.

계단이 좀더 짧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설렘이 가라앉고, 등 뒤에 발자국 소리,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전에 지상에 당도했을 테니까.


여보,

잘 따라오고 있어?

벌레가 지나가도 너무 놀라지 마.

걱정마...

내가 길을 알아

아까 왔던 길이야

잘 올라갈 수 있어...

맞지 여보? 나 잘할 수 있지?

여보?

대답 

제발


대답 ,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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