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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다 Nov 09. 2023

딱밤을 맞았다

그건 알고 맞든 모르고 맞든 일단은 아픈 거지

딱밤을 맞을때 눈을 뜨고 맞는 것과 눈을 감고 맞는 것 중 어느 게 더 아플까?


나는 눈을 감은 채 딱밤을 맞았다. 그런식으로 딱밤을 맞을 줄은 전혀 상하지 못했다.


그가 젖병을 소독하고 세척하는 동안 나는 수유 소파에 깊숙이 앉아 아기를 안고 있었다. 


러다가 그가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급히 나가봐야 한다고 말했 때 나는 성치 않은 몸으로 혼자 갓난아기를 돌보게 된 것이 불만이면서도, 혹시나 그가 빗길에 사고라도 날까 걱정되었다. 휴일에 업무 때문에 불려나가는 마음은 오죽할까 싶도 했다.


-여보 빗길 운전 조심해


그게 마지막이었다. 

따뜻한 염려의 말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고,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사고를 수습하느라 경황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때까지도 나는 추호도 그에게 변고가 있을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 사무실 직원으로부터 당신이 실종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당신이 반드시 살아돌아올 수 있으리라고 철저히 믿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피가 마르는 시간들. 소식을 접하고 나를 위로하기 위한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나는 당신이 다시는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현실을 자꾸 밀어내면서도 온몸으로 이해했다.


나는 기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를 방문한 사람들의 표정엔 이미 애도의 물결이 넘치고 있었다.


그날 입고 있던 검정색 수유 원피스는 그대로 상복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아기를 걱정해주었다.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 주었고 갖가지 밑반찬과 식료품을 전해주었다.


나는 잘 먹었다.


문제는 도통 잠이 오질 않다는 것이었다.

눈을 감았다 떴는데 당신이 없는 게 꿈이 아니라 현실일까봐 무서웠다.

그 현실내게 밑도 끝도 없는 지옥이었다. 사는게 죽느니만 못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사람들은 내게, 아기를 봐서라도 힘껏 아야 한다고 위로해주었다. 그러나  만난지 고작 삼십일밖에 안된 아기를 보고 살는 그 말에 힘이 나기에는, 내 삶에 그 사람의 부피가 너무 컸다.


그래도 나는 결국 살기로 했다.

어떻게 죽어야할지 알지 못해 아기를 핑계로 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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