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리다 Nov 12. 2023

매일 술 먹는 엄마

-영화 '클릭'

남편을 잃은 뒤,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맥주를 마시면 2000~3000cc를 마셨고 소주를 마시면 두 병을 마셨다. 그렇게 매일 술을 먹고 기절하듯이 잠들면 하루가 갔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되었다.

시간이 잘 가서 좋았다.

그렇게 어느 날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실 때면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맡아주셨다. 믿는 구석이 있어 더욱이 술을 마시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술을 많이 마시고 곯아떨어지면 아기가 그렇게 울었다고 한다. 누가 달래도 달래지질 않아 술 먹고 잠든 어미의 팔에 얹어놓으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쳤다.

아마 아기가 내게 신호를 보낸 건지도 모른다.

엄마 그러다 죽는다고, 나는 이제 세상에 엄마밖에 없다고...



예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 중에  '클릭'이라는 영화가 있다.

직장과 가사에 쫓기며 살아가던 주인공에게 어느 날 우연히 만능리모컨이 생겼다. 반드시 거쳐야 했던 삶의 과정이 지난하여, 주인공은 힘들고 귀찮은 일이 있을 때마다 만능 리모컨을 이용해 인생을 '빨리감기' 했다.

'빨리감기' 기능을 사용하면 '과정'을 건너뛸 수 있었다. 과정을 건너뛰고도 '결과'가 만들어지자 주인공은 기뻐했다.

그러나 빨리감기 기능을 사용하는 동안 그는 오직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움직였고 그러는 동안 사랑, 우정, 행복한 기억을 만드는 일까지도 건너뛰고 만다. 그 탓에 가장 중요한 것을 잃게 된 주인공은 마침내 그 지난한 과정도 삶에 포함된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깨닫는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었다는 것을.


나는 말하자면 술이라는 빨리감기 기능을 사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어쩌면 내 아기와 나에게 중요했을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그대로 흘려버렸다.


반년 넘게 그 짓을 하다가 왕 살려면 제대로 살아야겠다 싶어서 술을 끊었다. 솔직히 말하면 끊은 건 아니고 가끔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았을 때 한잔씩 곁들이는 정도로 줄였다.


삼겹살을 노릇하게 구워 놓고 유리잔에 맥주를 콸콸 부으 하얀 맥주거품이 넘칠 듯 말 듯 넘실. 러자  세 살 아기가 다급하게, 쪼끔만! 쪼끔만! 마이 안돼! 를 외다.


어 그래 알았다...

이전 03화 나는 기적을 안 좋아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