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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다 Nov 09. 2023

상실의 끄트머리에서

그 여자는 미친년처럼 울었다.

그 남자는 삼십 대 초반의, 지병이 없는 건장한 사내였다. 비흡연자였고, 가끔 음주를 하긴 했으나 영양제 섭취와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챙겨 왔다.

가정적이고 다정했으며 매사에 성실하고 품성이 좋아 평판도 좋았다.


나는 가끔 그의 지나친 성실함을 불평했으나 내심 그런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고 존경했다.


그 지나친 성실함이 그 남자의 삶과 죽음을 갈라놓기 전까진 그랬다.


그는 휴일에 하러 나갔다가 며칠 뒤 영영 집에 돌아올 수 없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시댁 식구들이 남편의 신원을 확인했다.


나는 차마 그 모습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였다. 망설이는 동안 그는 부패했고 내가 그를 봐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사람들이 내게 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수의를 입히는 것조차 어려웠으므로 헐벗은 몸을 덮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얀 수의와 관뚜껑 따위가 내가 본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삼십일 난 갓난아이가 아비 없는 자식이 되고, 삼십 대 초반의 젊은 여자가 과부가 되었던 그해 여름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많은 비가 쏟아졌다.


당장 죽고 싶었던 절망감을 뒤로하고 나는 매일을 버텨 살아내야 했다.


냉장고, 침대, 옷장, 집안 곳곳에 그의 흔적이 있어서 나는 수시로 그의 목소리와 체온을 느꼈다. 동시에 그가 더 이상 곁에 없다는 것도 매일 매 순간 깨달았다. 곁에 있는 것 같아서 곁에 없는 것이 더 쓰라렸던 나날이었다.


그렇게 3년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가끔, 관 끄트머리에 매달 여자의 날카로운 울부짖음이 가슴을 찌른다. 

당신을 잃은 상실감에 더해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의연하게 마주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수줍음 많던 남편 내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싫었겠지만 배우자로서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회한이 끝끝내 를 상처 입혔다.


 선택에 정답이 있었을까.


어쩌다 당신이 꿈에 나온다면  살아생전 내가 사랑한 그 모습 그대로이길 바랐다.


아마 나를 괴롭힌 것은 그 바람과는 별개로 당신의 흐트러진 모습마저 사랑하고 싶었던 욕심과 갑작스러운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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