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 기사단 교회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37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세례자 요한 템플 성당, 라옹(Laon)


템플 수도회와 기사단은 성지를 찾아 나선 순례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이들을 보살피고자 1120년에 예루살렘에서 창설되었습니다.


템플 기사단은 십자군 원정동안 동양의 라틴국가들을 방어하는데 주력했죠. 수사이면서 전사였던 템플 기사단의 사명은 에스파냐에 전해져 안달루시아와 대적하고 있던 기독교도들의 고토 회복운동인 레꽁끼스타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관계로 아직 서양에 남아있는 템플 기사단의 교회들은 그들의 옛 본거지에 있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템플 기사단은 오직 남자로만 구성되었으며 식량과 가축들을 징발하기도 하였는데, 산꼭대기에 위치한 수도원 교회에서 기거하였습니다. 후에는 농촌 지역으로 자리를 넓히면서 몇몇 형제 수도회 공동체로 스며들었습니다.


형제 수도회는 각기 모두 교회를 하나씩 소유하고 있었으며, 교회는 일반적으로 작은 규모에다가 아주 단순한 설계로 지어졌습니다. 직사각형 평면에 중앙 회중석은 단 하나만 갖췄고 맨 뒤쪽 평탄 면에 자리 잡은 후진으로 마감하였습니다. 디종 인근의 홍뜨노뜨 교회가 대표적이며 푸아투-샤랑뜨 지역에 위치한 마예랑 교회 역시 같은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홍뜨노뜨(Fontenotte) 템플 성당, 프랑스
마예랑(Malleyrand) 템플 교회, 프랑스


반원형 순환 회랑을 갖춘 곳도 있습니다. 루아르와 셰르 지역에 위치한 아흐빌 교회와 미디 피레네 지역에 위치한 몽소네, 라흐자크에 위치한 생트 외랄리 드 세흐농 교회가 이에 해당합니다.


아흐빌(Arville)의 성 베드로 바울 성당, 프랑스
몽소네(Montsaunès) 성 크리스토프 템플 성당, 프랑스
라흐자크(Larzac)의 성 외랄리 드 세흐농(Sainte Eulalie de Cernon) 템플 교회, 프랑스.


건축물이 헐벗은 듯이 보일 만큼 대체적으로 조각 장식은 되어있지 않으나 회화 장식은 대단히 발달한 듯이 보입니다. 크르싹 교회가 그렇습니다.. 이 교회는 벽들을 십자군 장면들을 표현한 프레스코 화로 가득 채워놓았습니다.


크르싹(Cressac) 템플 교회, 프랑스.
크르싹 템플 교회 내부의 프레스코 화. 적을 무찌르는 템플 기사가 등장합니다.


몇몇 템플 기사단 교회들은 교구 소속 본당을 연상시킬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산 베비나테 데 페루지아 교회나 빌랄카자르 데 시르가의 산타 마리아 라 블랑카 교회가 이에 해당합니다.


산 베비나테 데 페루지아(San Bevignate de Perugia), 이탈리아
산타 마리아 라 블랑카 성당, 빌랄카자르 데 시르가(Villalcázar de Sirga), 스페인


콤포스텔라로 향한 순례자들이 걸어가는 카미노 프랑세(Camino francés) 도상에서 만나게 되는 산타 마리아 라 블랑카 교회는 회중석이 세 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마치 파르테논을 연상케 하는 포르투갈의 템플 기사단 단장들이 잠들어 있는 토마르에 자리한 산타 마리아 도스 올리발 성당도 있습니다.


토마르(Tomar)의 산타 마리아 도스 올리발 템플 성당, 포르투갈


이밖에도 중앙집중식 내진을 갖춘 템플 기사단 교회들이 있죠. 이들 교회 건축물들은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1]에 의해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신화를 잉태한 성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템플 기사단은 예루살렘에 있는 성묘 성당(Saint-Sépulcre)이나 신전(Templum Domini)을 본뜬 교회건축물들을 체계적으로 지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지붕과 기둥이 둥근 원형 건축물의 교회 설계 도면은 템플 기사단이 거대한 수도원을 건설하려 했던 몇몇 대도시에서 유효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수도원은 수도회의 관리와 조직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였죠. 이런 이유에서 파리의 마레 지구에 들어선 템플 수도원은 원형 건축물로 지어진 좋은 본보기입니다.


마찬가지로 런던에도 새로운 템플교회가 들어섰는데, 플랑타쥬네 헨리 2세 치하에 건설된 역시 원형의 건축물입니다. 템플 교회는 1185년에 예루살렘의 수좌 대주교인 헤라클리우스의 입회 하에 축성되었습니다.


런던 템플 교회의 오늘날 모습


이렇듯 중앙집중식 설계의 교회건축물이 들어선 것은 아마도 몇몇 건축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아울러 ‘그리스도의 기사단’이 원래 예루살렘인들이었다는 점도 상기시킵니다.


더군다나 포르투갈의 요새를 방불케 하는 토마르의 으리으리한 템플 성당은 16개의 벽면을 한 다변형의 토대 위에 세워졌습니다.


몇몇 교회 건축물들은 8 각형 중앙집중식 설계를 채택하여 지었는데, 이러한 형태는 오히려 장례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지은 교회 건축물들의 전통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1150년에 완성한 라옹의 아주 작은 규모의 템플 성당이나 12세기말에 완공한 메츠 성당은 8 각형 중앙집중식 설계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들입니다.


결국 중앙집중식 설계를 취한 교회들은 템플 교회 건축물에서도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집중식 설계에 따른 건축물들이 수많은 템플 교회들을 낳았다고 보는 시각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세고비아에 지어진 베라 크뤼즈 성당이 대표적인 건축물입니다.


더군다나 잘못 알려진 성당들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에우나떼 장례성당이나 토레스 델 리오의 장례 성당은 템플 교회가 아니란 점만큼은 확실합니다.


우세로의 산 바르톨레메오 템플 성당, 스페인.




[1] 비올레 르 뒤크(Viollet le Duc; 1814-1879)는 중세 때 지어진 건축물, 종교 건축물 및 고성 복원공사로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19세기 프랑스 건축가입니다.




우세로(Ucero)의 산 바르톨레메오 템플 성당은 카스티야 지방 소리아(Soria)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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